낮은 임금ㆍ지가 개방정책 효과
글로벌 기업들 진출ㆍ관심 계속돼
지속적인 임금 상승ㆍ종교 문화 차
위험 요인도 뚜렷하다는 지적도
‘포스트 차이나’라고 불리는 베트남과 13억 인구의 거대시장을 지닌 정보통신(IT) 강국 인도. 대내외적인 부침 속에서도 연간 경제성장률 6~7%를 유지하며 성장 잠재력이 여전한 베트남과 인도에서도 가장 뜨거운 경제산업 현장을 가봤다.
17일 오전(현지시간) 찾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시 노이바이국제공항은 삼성전자 광고로 도배돼 있었다. 입국장을 나와 가장 먼저 눈에 뛴 것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S7 광고판이었다. 하노이시내에도 CJ CGV, 신한은행, 현대ㆍ기아차, 롯데마트 등 익숙한 간판들이 즐비했다. 2013년 세워진 초고층빌딩 랜드마크72에는 경남기업 간판이 달려 있었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4,500여개 한국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했거나 투자했다. 대표주자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2008년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하노이로 옮겼고, 스마트폰 물량의 40%를 베트남에서 생산 중이다. 베트남은 지난해 우리나라 3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대사관 관계자는 “봉제 등 전통적인 제조업뿐만 아니라 요식업, 홈쇼핑, 관광ㆍ호텔, 백화점ㆍ마트, 영화관 등 분야에서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베트남 국영TV가 지난 연말 생방송으로 서울 광화문을 연결하고, 한ㆍ베 합작 드라마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과분할 만큼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시에서 102㎞, 중국 국경에서 200㎞ 떨어진 하이퐁시는 유망 투자지역으로 떠오른 베트남 북부의 항구도시다. 하이퐁시는 택지와 도로 공사가 한창인 하노이시에 비해 건설 붐이 뚜렷하지 않으나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베트남 최대다.
하이퐁시인민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FDI 규모는 29억1,000만달러(한화 약 3조3,900억원). 지난해 말 기준 FDI 프로젝트 수는 484개, FDI 총 규모는 137억8,000만달러(약 16조6,700억원)에 이른다.
하이퐁시는 연간 화물처리량 3,800만톤의 딘부항(수심 7m)과 2018년 컨테이너터미널이 완공되는 락후옌심해항(14m)을 끼고 있다. 깝비국제공항도 가깝다. 2015년 12월 하이퐁-하노이 고속도로(길이 105㎞)가 개통됐고, 하이퐁-꽝닌-중국 고속도로(25㎞)는 올해 중순 완공된다. 중국까지 연결되는 총 길이 15.6㎞(대교 길이 5.4㎞)의 동남아 최대 규모 탄부-락후옌 수상대교도 올 5월 개통된다.
하이퐁시 중심부에서 7㎞ 거리에 있는 딥씨(DeepC)산업단지는 이 같은 교통 인프라의 최대 수혜지역이다. 딥씨 하이퐁 1ㆍ2단지는 딘부항, 탄부-락후옌 수상대교와 맞닿아있고 깝비공항과 3㎞ 떨어져있다. 딥씨 하이퐁 3단지는 락후옌항과 붙어있다.
18일 찾은 딥씨 1단지 내 석유화학ㆍ물류단지. 일본 타이어 제조회사 브릿지스톤과 물류업체 닛폰익스프레스, 미국 석유업체 쉐브론, 동부제철, 동남석유공업 등이 들어서 있었으나 여전히 빈터로 남아있는 곳도 많았다. 소규모 업체를 위한 임대형 공장은 내달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단지 앞으로는 딘부항으로 이어지는 강줄기를 따라 컨테이너선들이 오갔다.
해안가를 매립해 만든 541만㎡ 규모의 딥씨 1단지는 1997년 딘부산단으로 출발해 20년째 개발 중이다. 딥씨산단은 1단지를 포함해 5개 단지로 규모가 3000만㎡를 넘는다. 이곳에는 현재 60개사 입주해있다.
벨기에 자본과 하이퐁시가 합작한 딥씨산단의 프랭크 바우터스 대표는 “산단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400만~500만동(한화 약 20만6,000~25만8,000원)으로 최저 임금(375만동)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며 임대료는 1㎡당 70~90달러(약 8만1,500~10만4,000원)로 저렴하다”라며 “종합대학과 직업학교에서 연간 4만5,000명의 졸업생이 배출돼 기술인력 걱정도 없다”고 말했다.
베트남과 함께 대표적인 신흥 경제성장국으로 꼽히는 인도. 최근 인도에서 주목 받는 도시는 인구 1억명의 서벵골주 주도인 콜카타시이다. 인구가 1,600만명으로 인도에서 인구가 두번째로 많은 도시로 인도 북동부지역의 상업ㆍ금융 중심지이다.
20일부터 이틀간 열린 ‘2017 벵골 글로벌 비즈니스 정상회의(벵골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찾은 콜카타시내는 LED 조명으로 뒤덮여 있었다. 인도를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 마마타 바네르지 서벵골주 총리 사진도 곳곳에 걸려 있었다.
벵골주 투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벵골 정상회의는 20일 한국 일본 독일 말레이시아 등 28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미란메라 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비즈니스 포럼과 기업미팅, 전시회 등에는 각국 정부 관계자와 기업 대표, 학계 전문가 등이 2,500여명이 넘게 몰렸다. 프라납 무케르지 인도 대통령도 참석해 인도정부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행사장은 ‘벵골로 와서 성장하라(Come to Bengal, Ride the growth)’는 문장으로 뒤덮여 있었다. 행사 관계자는 “경제 성장에 대한 인도정부와 서벵골주정부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문장”이라고 말했다.
벵골 정상회의에선 글로벌 통신사인 보다폰과 에어텔 등이 향후 3~5년 내에 600억루피(약 1조26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히는 등 수많은 투자 제안이 오고 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26개국이 참가한 지난해에는 374억달러(약 43조6,000억원)에 이르는 투자 제안과 양해각서(MOU) 체결이 이뤄졌다.
인도 기업들은 성장너머까지 바라보고 있다.
21일 콜카타시 위프로(Wipro) 정보기술산업단지 특별경제구역에서 만난 위프로 관계자는 “우리는 혁신과 사람, 가치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성장과 수익보다는 친환경과 기업 윤리를 먼저 강조했다. 위프로는 한국, 미국 애틀랜타 등 전세계 56개 사업장에서 17만5,000명을 고용해 80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인도의 대표적인 IT업체다. 앞서 그린피스와 에티스피어재단이 각각 선정한 친환경IT기업과 가장 윤리적인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수익금으로 마을에 학교를 세우고 학위를 따는 학생은 고용도 하고 있다”며 “100개가 넘는 국적의 노동자와 많은 여성을 고용하고 있고 친환경, 지역사회 개발,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베트남과 인도지만 위험요인도 많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보다 낮은 임금으로 기업들을 끌어들였지만 베트남은 연간 임금상승률이 15%에 이를 만큼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베트남 숙련공의 월 평균 임금은 많게는 1,000달러(약 116만6,000원)에 이른다. 베트남은 경쟁자인 중국에 비해 원자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지도 정부 소유라 임대만 가능하다.
베트남의 공산당 1당제와 사회주의 체제, 정부의 불투명한 행정도 고려해야 할 변수다. 인도의 흰두교 이슬람교 시크교 기독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와 문화 차이도 기업들에게는 큰 어려움이다. 인도는 지난해 11월 500ㆍ1,000루피짜리 지폐를 신권으로 바꾸는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공항에서도 지폐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현금 부족이 심각해 경제 둔화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지 한인회 관계자는 “낮은 임금 등만 보고 섣불리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행정, 문화 등 차이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퐁(베트남)ㆍ콜카타(인도)=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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