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최악은 면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0.4%에 그쳤지만, 마이너스 분기 성장 우려와 달리 플러스 성장세는 지켜냈다. 그래도 한은이 25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여전히 심각하다. 지난해 성장률 2.7%는 전년 2.6%에 비해 0.1% 포인트 올랐지만, 2년 연속 2%대 중반의 저성장세를 뚜렷이 확인했다. 2012년부터 따지면, 2014년 3.3%를 빼곤 4년 내내 2%대 성장에 머문 셈이다. 경제규모에 맞춰 성장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3% 넘는 미국의 성장만 봐도 안이하다.
2.7% 성장이 불안한 건 그 내용 때문이기도 하다. 건설투자 증가율이 11.0%로 전년(3.9%)의 3배 수준으로 늘었다. GDP 성장 기여도도 1.6%포인트로 지난해 전체 성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가계부채와 집값 거품 우려를 무릅쓴 부동산 부양책이 성장을 주도한 셈이다. 정부 소비 증가율도 7년 만에 최고치인 3.9%를 기록했다. 결국 부동산 부양책과 확장재정에 추경까지 더한 재정투입이 그나마 성장을 이끈 것이다. 민간소비, 기업 설비투자, 수출은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
올해 성장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관리책이 가동되면서 건설투자에 의존한 성장이 더는 힘들어졌다. 건설투자는 이미 지난해 4분기에 마이너스 1.7%로 돌아섰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75.0) 이래 7년 10개월 만의 최저치다. 지난해 이미 마이너스(2.4%)로 돌아선 기업 설비투자 역시 살아날 기미가 없다. 그나마 수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반도체와 유화 등에서 호조를 보여 다소 상승세를 보이지만, ‘트럼프노믹스’에 따른 통상압력 고조 등 불안요인이 커지고 있다.
내외 경제여건 악화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정정불안이 겹쳐지면서 올해 성장 전망은 2% 미달이 우려될 정도로 암울하다. 문제는 지표로 확인되는 장기불황 경고에도 불구하고 상황 극복의 의지나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미사여구를 총동원한 경제공약을 쏟아 내지만 나랏돈 써서 억지 일자리 만들고, 재벌이나 ‘조지겠다’는 발상이 고작이다. 정부의 시한부 경제팀이 복지부동이라면, 정치가 나서 일을 시켜야 한다. 당장 여야정협의를 더 내실 있게 운영하는 한편, 대선 주자들도 각성해 경제성장의 구체적 비전과 의지로 경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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