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에도 오락가락”
北 인권결의안 논란 언급도
“변형된 색깔론” 비판 나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 경쟁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안보관’을 정조준했다.‘안보=반기문’ 등식을 부각시켜 문 전 대표와의 차별화와 동시에 보수층 결집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 재직 시절 지속적으로 북한 방문을 추진하며 유연한 대북 접근법을 보였던 반 전 총장이 선거를 맞아 ‘변형된 안보 색깔론’을 꺼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반 전 총장은 25일 관훈 클럽 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한 점을 언급하며 “조용하지만 참 곧은 분”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곧바로“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보다 평양에 먼저 가겠다고 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을 들었다”며 문 전 대표의 대북관을 파고 들었다. 문 전 대표가 지난달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당선 시 미국과 북한 중 어디를 먼저 가겠냐’는 질문에“주저 없이 말한다.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답한 것을 근거로 ‘걱정스러운 안보관’을 프레임화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은 “북한의 국제적 위상이 어떠한가, 안보리로부터 많은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라며 “(문 전 대표는)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지난해 5월 제주포럼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며 “북한과 대화채널을 유지해온 것은 내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방북과 남북대화 복원의 뜻을 강조한 바 있다.
반 전 총장은 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문 전 대표는) 말씀이 오락가락 한다. 비판이 나오니 (태도를) 바꾸고, 그런 것이 문제”라며 국민들의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문 전 대표가 사드 배치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보이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5일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전시 상태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드 배치) 조치를 위한 것은 마땅하다”며 일찌감치 사드 찬성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빙하는 움직인다’로 불거진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논란도 다시 꺼냈다. 반 전 총장은“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유엔총회에서 토론하고 결의문을 채택하는데 (문 전 대표는) 북한 입장을 들어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이런 면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회고록 논란을 계기로 보수 진영이 ‘문재인 종북’ 공세를 폈다는 점에서 반 전 총장도 이를 환기시키며 반사 이익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토론에서 반 전 총장은 정치적 성향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에 대해“진보적 요소가 있는 보수주의자”라며“안보를 튼튼히 한다는 면에서는 누가 뭐래도 확고한 보수주의자”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만까지만 해도 대북 대화를 강조했던 반 전 총장이 안보 분야에서만큼은 보수적 색채를 한층 강화한 것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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