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열망 문재인 중심 결집
반기문, 보수-진보 넘나든 행보 탓
“보수 정체성 대변 못한다” 판단
반기문 대안으로 황교안 권한대행 4위 급부상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지지율이 두 배 차이까지 벌어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압도적 열망이 야권 선두주자인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보수 진영은 갈지자 행보를 선보이는 ‘반기문 카드’에 선뜻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만 하더라도 두 사람의 지지율은 20% 초반에서 엎치락뒤치락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에도 반 전 총장이 문 전 대표를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지난해 말 유엔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고, 지난 13일 귀국 이후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를 펼치면서 지지율은 갈수록 떨어지는 모습이다. 급기야 25일 발표된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 조사에서는 16%대로 추락했다. 알앤서치의 조사에서도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18%에 머물렀다. 그 사이 문 전 대표는 ‘마의 30%대’를 돌파한 뒤 34.8%(알앤서치 조사)까지 치솟으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주 한자리에 머물던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16.8%까지 크게 벌어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고자 했던 반 전 총장의‘반반 행보’가 결과적으로 집토끼와 산토끼 모두를 놓치는 악수가 됐다고 지적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여론분석센터장은 “반 전 총장이 보수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대변해줄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보수 내부 분열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알앤서치 조사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주(4.7%)에 비해 2.3%포인트 상승한 7.0%를 기록하며 다자 대결구도에서 4위로 올라섰다. 황 권한대행이 다크호스로 부상한 데는 ‘반기문 대안’을 찾겠다는 보수층의 열망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반 전 총장이 경제와 일자리 등 민생 문제에서 구체적 비전을 내놓지 못하면서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본부장)는 평가도 지지율 추락의 주요인이다.
반면 문 전 대표의 경우 반 전 총장의 연이은 헛발질에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 전 총장이 귀국 전후로 각종 검증 공세에 시달리면서 부정적 주목 효과만 늘었고, 그 사이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에 실망하고 돌아선 중도층까지 끌어안으며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다는 평가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2015년 4월 27.9%의 지지율을 기록한 이후 줄곧 20%대‘박스권’에 머물렀었다.
정권교체에 대한 높은 열망은 문재인 대세론을 당분간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은 40%대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고, 야권 후발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가 양자대결에서 반 전 총장을 이긴다는 조사가 나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 이른바 ‘샤이 보수층’이 모습을 드러내며 결집을 도모하기 시작해, 야권 주자들이 누렸던 ‘탄핵 프리미엄’은 조정 국면을 거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여론조사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하시면 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