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보다 한미 동맹 우선
대북 정책도 포용보다 강경대응
국정농단 여파로 재벌 개혁은
경쟁적으로 선명성 강화에 방점
여야 어느 쪽이 정권을 잡더라도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은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 방향으로 수렴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야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국정 운영의 두 축인 안보와 경제에서 대체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ㆍ한중ㆍ대북관계 정립의 핵심과제로 떠오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해선 누구의 입장인지 헷갈릴 정도로 여야 대선 주자들의 견해가 엇비슷하다. 찬성에 적극적이냐 소극적이냐 하는 선명성의 차이만 있을 뿐 다수가 사드 배치 찬성 쪽으로 기울어 있다. 안보에서만큼은 한중관계보다 한미동맹에, 대북관계는 포용보다는 강경한 선제 대응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분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사드 배치를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취소해야 한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당초 ‘사드 반대’ 입장이었던 문 전 대표는 지난 17일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판기념회 간담회에서 이같이 방향을 선회했다. 문 전 대표마저 사드 배치에 유연한 입장을 내비치면서 대선 주자 가운데 절대 반대 입장을 유지하는 주자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정도다.
제3지대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사드 배치는 필요하고 잘한 결정”이라며 “사드는 순수한 (북핵) 방어용이지 공격용이 아니어서 중국이 사드 기본 기능을 오해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야권 주자임에도 “한미 정부 간 협상 결과는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2015년 원내대표 당선의 첫 일성으로 사드 배치를 주장한 원조 배치론자다. 반면 이재명 시장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경제 파탄을 불러오는 사드 배치는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재벌 개혁으로 대표되는 개혁적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여야 주자 간 사소한 차이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빈부격차로 대표되는 양극화, 불평등, 불공정 해소의 시발점으로 거론되던 재벌개혁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드러난 정경유착 비리 여파로 선명성 강화 경쟁으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재벌 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 토론회에서 강도 높은 재벌개혁 방안을 밝혔다. 특히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복안도 제시했다. 주주총회 집중ㆍ전자투표제 도입,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대기업 준조세금지법 제정 등 10대 정책 제안도 내놨다. 반 전 총장도 23일 KBS 토론회에서 “순환출자 등 재벌 확장 방지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안 지사는 “재벌의 독점적 지위와 공정거래 위반 행위를 막겠다”고 선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지난 20일 당 의원총회에서 “삼성 예외주의, 재벌 예외주의를 깨야 공정한 나라로 바로 설 수 있다”며 자신의 ‘공정성장론’을 재확인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23일 대선출마 선언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재벌개혁을 강조했다.
서상현기자 lssh@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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