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업무를 해온 한 공무원이 주민들의 약점을 미끼로 억대의 금품을 갈취했다가 일이 꼬이는 바람에 되레 약점이 잡혀 받은 돈의 두 배 넘게 떼이며 쇠고랑까지 차는 신세가 됐다.
부산 기장군에서 19년간 개발제한구역 불법행위를 단속해온 윤모(51)씨는 2009년과 2010년 초 인쇄업자 송모(59)씨와 임대업자 이모(50)씨를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 용도변경, 불법 개축을 이유로 각각 단속했다.
돈에 욕심이 난 윤씨는 “원상복구 하지 않으면 막대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며 “적게 내거나 안 낼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접근해 송씨와 이씨에게서 각각 500만원과 3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그러나 송씨와 이씨에게 연간 2,000만원 정도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면서 탈이 생겼다. 다른 공무원이 송씨와 이씨의 불법을 단속한 것이다.
송씨는 “뇌물을 준 사실을 군청과 경찰에 알리겠다”고 윤씨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송씨는 2015년 7월 차용증을 받아 윤씨의 월급을 압류하고 18차례에 걸쳐 6,000만원 가량을 챙겼다. 또 가족 명의의 통장으로 현금 1억원을 챙기는 등 총 1억6,000만원을 가로챘다.
이씨도 마찬가지였다. 이행강제금 3,000만원을 윤씨에게서 받아 챙긴 데 이어 뇌물수수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지난해 11월 5,000만원짜리 차용증까지 작성하게 했다.
그러나 윤씨는 이런 상황에서도 단속 무마 대가로 돈을 챙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2015년 1월부터 2년 간 개발제한구역 거주자 29명으로부터 1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것. 범행은 단속 비리를 인지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25일 뇌물수수 혐의로 윤씨를 구속하고, 뇌물수수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윤씨에게서 2억원 가량을 챙긴 혐의(공갈 등) 송씨와 김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거주자 29명과 브로커 역할을 한 3명 등 3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기장군 측에 단속업무 관리감독 문제를 개선토록 권고키로 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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