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난입… 女의원 반발…
주최한 표창원 黨 윤리위에 회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 그림의 국회 전시를 둘러싼 논란이 가라 앉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시회를 주최한 표창원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보수단체 회원들이 국회에 난입해 해당 작품을 짓밟으며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논란을 일으킨 그림은 지난 20일부터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리고 있는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 ‘곧, BYE! 展’에 전시된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이다. 프랑스 화가인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을 배경으로 누드로 침대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해당 그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박 대통령을 풍자ㆍ비판하는 ‘표현의 자유’ 차원을 넘어 여성성을 조롱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24일 트위터에서 “대단히 민망하고 유감스런 일”이라며 “작품은 예술가 자유이고 존중돼야 하지만, 그 작품이 국회에서 정치인 주최로 전시된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고 표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의결했고, 국회 사무처는 작품의 자진철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표 의원 측이 전시회 작가들의 의견을 따르겠다며 자진 철거를 거부해 논란은 계속됐다. 보수단체 소속 일부 시민들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전시회장에 들이닥쳐 “대통령은 아직 탄핵된 게 아니다”며 고성을 지르며 소동을 벌였다. 한 시민은 아예 해당 작품을 벽에서 떼내 바닥에 내동댕이쳐 훼손시켰다가 작가 측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연행됐다. 결국 해당 작품은 전시회에서 철거돼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됐다.
표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취향은 아니지만 예술의 자유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겠다”고 밝혔다. 작가들도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들이 불쾌감을 느끼고 수치심을 느낀 것에 대해서는 사과 드린다”면서도 “박근혜ㆍ최순실 정권을 풍자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폄하되고 철거돼야 할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은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소속 14명의 여성의원들은 표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여성의원들도 “여성 혐오 작품의 전시 철회와 즉각적인 사과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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