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혁신기업(스타트업) 인진은 지난해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시장에서 대박을 쳤다. 먼 바다까지 나갈 필요 없이 해안가에서도 파도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내세운 덕분에 이 회사의 미래를 높게 평가한 투자자가 대거 몰리면서 당초 예상금액(3억원)을 훨씬 웃도는 4억5,000만원을 끌어 모았다. 시장에서 크라우드펀딩 성공 업체로 입소문이 나면서 기관투자자로부터 후속 투자까지 끌어냈다.
스타트업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투자금을 십시일반으로 모을 수 있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허용된 지 1년을 맞은 가운데 크라우드 펀딩 성공률이 46.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도 도입 초기 크라우드펀딩 성공률이 20%에 그쳤던 미국에 비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도입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선 기업 249곳(261건) 중 절반에 가까운 116곳(121건)이 펀딩에 성공, 180여억원의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또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프로젝트 56건은 정책 금융펀드로부터 99억3,000만원의 추가 투자도 받았다. 매출액이 낮아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중소 벤처기업에겐 크라우드펀딩이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전체 투자자(7,172명)의 93%는 개인투자자(평균 투자금액 133만원)였다.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와디즈의 황인범 파트장은 “개인들은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험은 높지만 될성부른 기업에 미리 투자하는 데에 큰 의미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가 크라우드펀딩으로 수익을 내기까진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주식을 산 투자자는 증권 발행일로부터 1년간 전매가 제한된다. 지난해 초 스타트업 주식을 산 투자자는 내달부터 전용 거래시장에서 팔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시장이 아직 활성화돼 있지 않아 주식을 파는 게 쉽지 않다.
물론 영화 인천상륙작전이나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에 투자한 투자자의 경우 이미 짭짤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두 펀딩은 관객수에 따라 약정 수익을 제공하는 채권 방식이었다. 반면 애초 정한 관객수를 못 채워 원금을 까먹기도 했다. 영화 걷기왕이나 사냥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입었다.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프로젝트 121건 중 주식형은 95건, 채권형은 26건이었다. 크라우드펀딩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장기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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