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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교수 200여명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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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교수 200여명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 중단하라”

입력
2017.01.2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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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공원 호현당에서 어린이들이 서당체험을 하며 한자를 따라 쓰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공원 호현당에서 어린이들이 서당체험을 하며 한자를 따라 쓰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고 있는 전국의 교육대학 교수들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려는 정부 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교대, 경인교대, 춘천교대 등 전국 10개 교대의 교수 196명은 성명서를 내고 “1970년 이후 한글 전용 초등 교과서와 한글 전용 교육으로 우리 학생들이 거의 세계 최상위 수준의 문해력을 갖게 됐는데도 정부가 초등 교과서에 어려운 한자를 표기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교육부는 근거도 없고 불합리한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 목록 300자’ 공표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2019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 전 교과서(국어 제외) 일부 단어의 한자 음과 뜻을 적는 ‘한자 병기’를 강행하기로 지난달 결정했으며, 이달 말 교과서에 병기할 수 있는 ‘초등용 한자 목록 300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교대 교수들은 초등학생 한자 교육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자 병기는 초등 교육에서의 한글전용 원칙을 뒤집는 심각한 어문정책 변화이고, 초등 한자 목록 300자 후보에는 중학교용 한자 900자에 있는 어려운 한자들이 포함돼 있어 한자 사교육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또 발달수준에 맞지 않는 한자를 초등학생들에게 강요해 초등 교과 교육을 저해할 우려도 제기했다.

학부모,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한자 병기를 반대하는데도 정부가 밀어 부치는 데 대해 교수들은 “교육부가 일부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자를 국가 공식 표기 문자로 인정해 교과서에 한자를 표기하고 초등 한자교육을 제도화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한자 교육을 하고 있지 않으며, 중ㆍ고교에서는 한자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만 각각 900자씩 배우고 있다.

교수들은 정부가 사회적인 합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국가 수준에서 ‘초등 한자 목록’을 공표하고 교과서에 표기하고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 필요와 타당성을 국민 누구나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교과서에 한자를 표기하려면 좀 더 긴 시간을 두고 기초 연구를 실시하고, 초등 교사를 비롯한 여러 초등교육 관련 전문가들과 학부모들과 함께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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