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입장이던 최장집 교수
“佛 준대통령제를 전제로 찬성”
佛은 임기 7년 때 만든 제도
이준한 교수 “현재 임기 5년”
조기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정치권에서 나오는 방안이 결선투표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ㆍ2위 후보를 상대로 2차 투표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날 것 그대로 말하자면 현 정치권의 ‘반(反)문재인 연대’의 한 축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차 투표에서 40% 지지를 얻는다면, 2차 투표에서 나머지 후보들이 연대해서 문 전 대표를 떨어뜨리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제기한 이래 다른 당들도 참여하는 분위기다.
한국정치학회, 한국공법학회, 연세대 법학연구원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4일 서울 서린동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조기대선정국과 결선투표제 도입논쟁’토론회를 열었다.
결선투표제 도입 찬성 주장에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나섰다. 최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공과를 두고 공개적인 논쟁을 벌인 바 있다. 이후 최 교수의 일관된 입장은 개헌이나 선거제 개편 등 제도 개혁 이슈에 부정적인 쪽이었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라는 화두에서 볼 때 제도개혁 문제는 부차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 날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해서는 명백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최 교수는 촛불로 인한 상황변화를 그 이유로 꼽았다. “조기대선이 점쳐지는 이런 비상상황은 제도 개혁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가 분열되는 등 다당제 구도가 출현했고, 오랫동안 유지됐던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가 소멸됐다”면서 “전반적인 제도 개혁 가운데 선거제도만 쏙 뽑아서 말한다는 것은 일정 정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의회 중심의 프랑스식 준대통령제’를 전제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재한 한림대 교수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후보들은 아무래도 2차 투표를 염두에 두고 좀 더 온건하고 타협적인 성향을 띄게 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결국 기득권을 바꾸지 말라는 의미로도 읽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용주 동의대 교수는 “결선투표제 도입 찬성 의견이 다당제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대통령제와 다당제 의회의 결합은 정치적 불안정을 거듭하고 있는 남미 사례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지금의 ‘양당 양강’ 구도는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면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이후 의회 개혁까지 모두 토론의 장에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명순 연세대 교수도 “이념적 양극화, 그리고 패배를 인정치 않은 문화 때문에 패배한 쪽은 5년 내내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결선투표제는 이런 상황에 대한 해독제라는 얘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역사적 사례를 들어가며 결선투표제 도입 논리를 일일이 반박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경우 남부 주에서 결선투표제를 많이 썼는데, 이는 흑인이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백인들간 연합을 보장하려는 제도적 장치였다”라고 지적했다. 최장집 교수가 프랑스 사례를 들자 이 교수는 “프랑스의 경우 제도 설계 당시 대통령 임기가 7년(지금은 5년)이나 되다 보니 한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결선투표제를 만들었을 뿐”이라 반박했다.
특히 “1차 투표 뒤 2차 투표 때까지 이뤄지는 일은 ‘네거티브 컨센서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좋은 말로 연정이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가장 강력한 후보를 쓰러뜨린 뒤 자리와 직위를 어떻게 나눠 갖는가에 대한 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또 “2002년, 2007년, 2013년 등 최근 세 번의 대선에서 당선자들 득표율은 48.9%, 48.67%, 51.6%인데 여기에다 고작 몇% 포인트를 더 얹어주기 위해 제도를 고친다는 게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는데 얼마나 더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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