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주점을 홀로 운영하는 김모(50·여)씨는 지난달 7일 자신의 가게에 찾아온 박모(47)씨와 신모(46)씨를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 두 사람이 술과 안주를 먹고 난 뒤 다짜고짜 인상을 쓰면서 “돈이 없다. 외상을 하겠다”며 행패를 부렸기 때문이다. 35만원이나 되는 술값을 미루겠다는 이들의 생떼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험악한 인상의 이들로부터 더 큰 해를 당하지 않을까 울며 겨자 먹기로 외상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박씨와 신씨는 지난 8일과 9일에도 응암동 일대 주점 두 곳에서 각각 18만원, 16만6,000원어치의 술과 안주 등을 먹고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 두 곳 역시 김씨의 경우처럼 여성 혼자 운영하는 주점이었다. 여성업주의 경우 보복이 두려워 저항과 신고에 소극적인 점을 노린 것이다.
박씨와 신씨는 각각 춘천교도소와 인천교도소에서 출소한 지난해 2월 인연을 맺었다. 신씨가 일하던 심부름센터에 박씨가 손님으로 찾아갔다가 ‘형님·아우’사이가 된 이들은 수입이 일정치 않자 박씨 거주지 근처인 응암동 일대를 떠돌며 무전취식을 일삼았다. 특히 전과 10범인 박씨는 응암동 전통시장 일대선 ‘공포의 빡빡이’로서 악명을 떨쳤다. 외상 술을 요구하고, 술을 내주지 않는 업소엔 하루 사이 2~3시간 간격으로 찾아가 침을 뱉고 고성을 지르며 영업을 방해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13차례에 걸쳐 응암동 일대 상점들에 끼친 피해액은 140만원이 넘는 것으로 경찰 조사로 드러났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 9일 응암동 한 주점 사장의 신고로 박씨와 신씨를 붙잡아 사기와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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