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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ㆍ김태희, 왜 ‘가회동 성당’ 이었을까

입력
2017.01.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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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가수 비와 배우 김태희가 19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성당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레인컴퍼니 제공
배우 겸 가수 비와 배우 김태희가 19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성당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레인컴퍼니 제공

“행복해 보였어요, 얼굴에 웃음도 가득하고”.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성당에서 만난 한 직원은 전날인 19일 이 곳에서 혼배 미사를 올린 가수 겸 배우 비와 배우 김태희의 모습을 이렇게 떠올렸습니다. 이 직원이 비ㆍ김태희 부부를 처음 본 건 혼배 미사가 끝난 뒤 본당 사용 관련 계약 문제로 서류 등을 전하면서였다고 합니다. 특히 “사진 촬영을 할 때 웃음 소리가 크게 들렸다”고 했습니다. 경건한 미사를 끝낸 두 사람이 백년가약을 지켜보러 온 가수 박진영과 싸이를 비롯해 배우 이하늬 등 하객들과 웃음을 나눈 시간이었겠지요. 비ㆍ김태희 부부가 혼배 미사를 올린 본당은 성당 건물 2층에 있었지만, 이곳에서의 미사 과정은 스피커를 통해 성당 1층 사무실 등에서도 들을 수 있었답니다. 미사가 열리는 본당에서의 찬송과 신부의 복음을 성당 곳곳에서 나누기 위해 설치된 스피커 덕분(?)입니다.

비-김태희 부부가 혼배 미사를 치른 가회동 성당 본당(위)과 성당 2층에서 바라 본 전경(아래). 한옥과 양옥이 조화를 이룬다. 양승준 기자
비-김태희 부부가 혼배 미사를 치른 가회동 성당 본당(위)과 성당 2층에서 바라 본 전경(아래). 한옥과 양옥이 조화를 이룬다. 양승준 기자

비와 김태희가 불과 결혼식 이틀을 앞두고 결혼을 깜짝 발표할 정도로 극비리에 결혼 준비를 해 온 만큼, 가회동 성당 측에도 철저한 보안을 요청한 것으로 보입니다. 성당을 관리하는 일부 직원들은 비와 김태희가 성당에서 혼배 미사를 올린다는 걸 당일에서야 알았다고 합니다. “본당에서 19일 행사가 있다”는 통보만 받았고, “누가 행사의 주최이고, 어떤 행사인지를 몰랐다”는 게 직원들의 공통된 말이었습니다. 성당 측에서도 극소수 관계자들만 비와 김태희의 결혼식 소식을 공유하고, 다른 직원들에게는 함구했다는 얘깁니다.

성당 일부 직원들의 이 같은 반응도 무리는 아닙니다. 비와 김태희가 하객에까지 결혼식 당일 오전에서야 휴대폰 문자로 장소를 알릴 정도로 결혼식장을 극비에 부쳤기 때문입니다. 여러 언론사의 취재진도 이날 때 아닌 ‘성당 투어’(?)를 해야 했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식 장소가 성당이라는 것만 외부에 알려져 두 사람과 연이 있는 성당을 찾아 다녀야 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장소는 서울로 좁혀졌습니다. 결혼식 장소를 식 당일 하객에 알리고 당일 오후 2시 예식에 초대하려면, 먼 교외에 에 있는 성당에서 식을 치르는 건 사실상 어려워 보였습니다. 비ㆍ김태희 부부의 결혼식 장소로 가장 유력해 보였던 곳은 옥수동 성당이었습니다. 이곳이 김태희가 다녔던 성당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실제 19일 오전 이 곳에는 여러 취재진이 몰렸습니다.

추정은 추정일 뿐이었습니다. 19일 오전 옥수동성당으로 간 일부 취재진은 발을 굴러야 했습니다. 옥수동 성당이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는 장소가 아니었던 겁니다. 당일 해당 성당을 찾아 두 사람의 결혼 정황이 전혀 없다는 걸 확인한 뒤였습니다. 오전 11시40분께 택시를 타고 옥수동 성당으로 이동 중이었던 기자도 정오가 돼서야 취재원에게 가회동 성당이 예식 장소라는 말을 듣고 차를 돌려야 했습니다. 현장을 가보니 취재진뿐 아니라 옥수동 성당과 설경구ㆍ송윤아 부부가 결혼한 방배동 성당을 거쳐 이 곳으로 온, 자신을 50대라 소개한 일본 팬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비와 김태희는 하고 많은 성당 중 두 사람의 앞날을 약속하는 장소로 왜 가회동 성당을 택했을까요.

두 사람 지인에 따르면 두 사람 혼배 미사 주례를 맡은 황창연 신부가 가회동 성당을 추천했다고 합니다. 가회동 성당은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장소입니다. 국내 첫 선교사인 주문모 신부가 1795년 조선 땅에서 첫 미사를 집전한 집 터 인근에 만들어진 성당이기 때문입니다. 1954년 세워진 성당은 2011년 옛 성전을 허물고 한옥과 양옥 형식을 혼합해 새로 지어졌습니다.

비와 김태희가 혼배 미사를 올린 본당의 규모는 크지 않았습니다. 의자가 두 열로 배치된 1층 예배 공간엔 200여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어 보였습니다. 공간은 좁았지만, 분위기는 아득했습니다. 본당 천정에서 내려오는 빛은 어둠을 밝혔고, 2층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 돼 따뜻한 느낌을 줬습니다. 가회동 성당은 2014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 선정될 정도로 외관 등이 아름다워 한옥이 몰려 있는 북촌 마을에서도 명소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성당으로 통하는 입구도 주차장을 포함해 단 두 곳이라 출입 관리도 손쉽게 할 수 있어 비와 김태희가 가회동 성당을 예식 장소로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하루가 지나서일까요? 비와 김태희희 혼배 미사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본당에 있는 책상 등에 혹 비와 김태희의 혼배 미사 순서지 등이 남아 있나 확인했지만, 이미 깨끗이 치워진 상태였습니다.

비와 김태희가 가회동 성당에서 혼배 미사를 올렸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본당 대여 비용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천주교 신자라면, 아득하고 의미 있는 곳에서 배우자와 미래를 약속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가회동 성당에 따르면 혼배 미사에는 본당 사용료와 파이프 오르간 반주 등 혼배 봉사료, 제대 꽃 장식 등을 모두 포함해 130만원이 듭니다. 톱스타 커플은 주위의 시선 보다는 서로에게 의미 있는 공간에서 소박하게 미래를 약속한 셈입니다. 두 사람의 결혼식 현장을 찾느라 당일까지도 많은 취재진이 애를 먹었지만, 두 사람의 결혼식이 훈훈해 보였던 이유입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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