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정부 통상업무”, 조윤선 “왜 나한테”진술 돌파… 박 대통령 연루 가리기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 배제 명단)을 두고 “김기춘(78ㆍ구속)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주도한 범죄행위”라고 일갈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박영수(65) 특별검사팀에 참고인으로 출석하면서 미리 준비한 메모지를 보며 작심한 듯 털어놓은 말이다.
유 전 정관은 이날 참고인 출석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20분 넘게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의 실체에 대해 “저와 저희 동료, 후배들이 목격하고 경험한 모든 정보를 취합해볼 때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김 전 실장이 주도한 것”이라며 “김 전 실장 취임 이후 그런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그분이 수시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저한테도 그렇고 여러 번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를 하고 실제 적용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그런데도 김 전 실장 혼자 유일하게 없었다고 한다”며 혀를 찼다.
블랙리스트 성격에 대해 그는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 구체적으로는 정권에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차별ㆍ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좌익이란 누명을 씌워서 배제 행위를 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정권이 자기네들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차별하기 위해서 공권력을 다 동원한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와 가치를 훼손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과 관련해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7월 9일쯤 마지막으로 그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렇게 하면 큰 일 난다’고 말씀 드렸다”며 “하지만 박 대통령은 거기에 대해 묵묵부답이었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날 유 전 장관을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연루 여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전날 “정부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을 국가예산으로 지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며 “이는 블랙리스트가 아니고,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통상업무”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몇 번 관련 내용을 보기는 했지만, 내가 주도하거나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며“왜 나를 추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날 유 전 장관의 참고인 진술을 바탕으로 앞서 구속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을 압박, 박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지시 또는 승인 여부를 캘 방침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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