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58)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23일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미르재단 출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거짓 인터뷰를 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23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미르재단 관련 보도가 나오자 9월 말경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이야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특히 “국회에서 참여 기업이 자발적이었다고 말한 이유가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청와대 요청이 더 무서웠기 때문이냐”는 강일원 재판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이 청와대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을 변경한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인터뷰 이후 전경련 해체론 등 각종 비난이 쏟아져 조직의 대표로서 자괴감을 느꼈고 직원들을 볼 면목도 없었다”며 “언론에서 계속 저도 모르는 사실이 밝혀져 배신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을 때쯤 검찰이 대부분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어서 언론 인터뷰 내용을 유지하지 않고 사실대로 진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기업들의 출연이 자발적이지 않았음을 평창 동계올림픽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은 개별 기업별로 자율적으로 후원했지만, 미르재단 출연은 금액과 출연기업을 정하고 했기 때문에 자율성이 없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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