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고 반대로 고소득 직장가입자와 고소득 피부양자의 부담은 늘리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역가입자는 소득은 적어도 재산이나 자동차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보험료를 많이 내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점에서 이번 안의 취지는 일단 수긍할 만하다.
건강보험료는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결정하는데 소득의 적용 비중은 높이고 재산 적용 비중은 낮춘 것이 이번 안의 핵심이다. 이 방안대로라면 저소득 지역가입자는 최저보험료만 내면 되고, 주택가격 또는 전ᆞ월세 보증금이 적으면 재산보험료를 아예 내지 않아도 된다. 반면 주식투자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 직장가입자는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고, 소득 또는 재산이 많은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내야 한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송파 세 모녀가 보증금 500만원의 지하 전세방에 살면서도 월 5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인정돼 월 4만8,000원의 건보료가 부과됐던 일을 떠올리면 정부 개편안은 때늦었지만, 방향은 맞다. 개편안을 내년부터 2024년까지 3단계에 걸쳐 점진 시행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급격한 변화에 따를 혼란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정부 방침과 야당이 제시한 방안 사이의 커다란 괴리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구분을 아예 없애고 파악 가능한 개인소득에 건보료를 매기는 소득 중심 단일화 방안을 일찌감치 제시한 상태다. 이 방안은 피부양자 자격 제도 또한 폐지토록 하고 있다. 야당 안과 정부 안은 소득 중심 부과라는 원칙은 비슷하지만 구체적 내용과 변화 속도에도 크게 다르다. 앞으로 국회에서 양측의 안이 어떻게 조정되고 타협될 수 있을지에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의 운명이 달렸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와 여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이고도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가길 기대한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안대로만 해도 건보료 수입이 크게 감소할 것이란 점이다. 건강보험 누적흑자가 20조원에 이르러 당장은 큰 문제가 아니라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재의 63%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78%)으로 끌어올리고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지출 증가에 대처하려면 미리부터 건보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당장 정부안대로 건보료 부과체계를 바꾸면 2018년 연 9,089억원, 2024년 2조3,108억원의 보험료가 덜 걷힐 것이라니, 그런 걱정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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