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억 투자 사기 중국인 여성
2년간 국내 도피 중 성형중독
“사진과 전혀 다른 얼굴이어서 우리도 헷갈렸다니까요.”
경기 광주경찰서 임재현 경장은 12일 오후 2시쯤 서울 영등포구 한 다방에서 중국인 사기 용의자 조모(40ㆍ여)씨를 검거했지만,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다”고 잡아떼는 통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외국인등록증 개설 때 제출한 사진과 실물이 어느 곳 하나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 경장은 “첩보로 입수한 조씨의 대포폰 번호와 그가 소지한 휴대폰 번호가 맞는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범인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페이스오프(Face Off)’의 주인공처럼 성형으로 외모를 변신, 2년 넘게 도피생활을 해온 40대 여성 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사기 혐의로 조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조씨는 2012년 11월부터 2014년 4월까지 한국과 중국의 지인 20여명에게 “사설 복권방에 투자하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속여 모두 36억5,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조씨는 투자금의 월 10%를 수익금으로 되돌려주기도 하면서 피해자들을 울린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조씨는 중국 지린(吉林)성에 차린 복권방 운영이 어려워지자, 2014년 4월쯤 인터폴 추적을 피해 한국으로 도피했다. 경찰은 이 즈음부터 조씨가 눈과 이마, 코 등 얼굴에 칼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는 검거될 당시에도 300만 원대 성형시술을 예약해 둔 상태였다.
조씨는 경찰에서 “중국 공안은 물론, 피해자들이 사설 탐정을 보내 해칠까 봐 걱정됐다”며 “제발 중국으로 돌려보내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했다. 수사 과정에서도 중국인 피해자들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국내에 입국, 조씨의 생명을 위협했다는 주변인 진술이 나왔다.
경찰은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씨를 상대로 여죄를 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를 앞에 두고도 못 찾을 뻔 했었다”며 “현재는 자신도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구체적 경위를 털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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