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만들어내는 균
출처 밝혀라 공방 벌이다
타사 압박하려 TV광고까지
“말로 된다고? 진짜는 말이 필요 없다.”
화면에 말(馬)이 등장하며 이 같은 문구가 나오는 광고가 지난 21일부터 TV에 방영되기 시작했다. ‘말’이란 단어를 동물과 언어의 두 가지 의미로 교묘하게 혼용한 이 광고를 제작한 곳은 바이오ㆍ제약기업 메디톡스다. 소비자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 문구에는 경쟁사인 대웅제약에 대한 선전포고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해 말 불붙은 보톡스 업계의 ‘진흙탕’ 싸움이 이번 TV 광고로 절정에 달하고 있다.
23일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공개하면 됩니다!’란 제목의 15초짜리 광고를 제작해 MBC 등 공중파 채널을 통해 내보낸다고 밝혔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사업을 하고 있거나 하겠다고 밝힌 기업이 8, 9개에 이르는데 우리 외에 어떤 기업도 보툴리눔균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며 “각 사가 보유한 균의 유전정보를 공개하는 게 업계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임을 알리기 위해 광고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주름 개선용으로 쓰이는 의약품인 보톡스는 보툴리눔이란 세균이 생산하는 독성물질(톡신)로 만든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휴젤은 국내 3대 보톡스 기업으로 꼽힌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11월 자사 보툴리눔균의 유전정보를 공개하며 타사들이 자사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웅제약과 휴젤은 자체 기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경쟁사 제품에 대해 근거 없는 의심을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이 와중에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정면으로 겨냥한 광고로 기름을 부은 것이다. 광고 속 말(馬)은 마구간을 상징한다. 보툴리눔균을 마구간의 흙에서 찾아냈다는 대웅제약에게 말(語)로만 주장하지 말고 자신들처럼 유전정보를 공개해 출처를 명확히 가리라고 압박한 것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해 보툴리눔균 출처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이날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휴젤은 불쾌함을 드러냈다. 휴젤 관계자는 “경쟁사에게 기술을 공개하라고 강요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현재 분석 중인 우리 보툴리눔균의 유전정보를 근거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TV 광고 제작할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게 더 낫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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