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의 묵란도(墨蘭圖ㆍ그림)가 공개된다.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24일부터 열리는 ‘사임당, 그녀의 화원’ 특별전에서다.
난초 한 포기가 날아갈 듯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묵란도는 가로 45cmㆍ세로 92.5cm 크기의 비단에 수묵으로 그려졌다. 농묵과 담묵의 섬세한 조화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필선에서 ‘현모양처’의 틀에 갇히지 않은 ‘예술가’ 사임당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발문은 우암 송시열의 송자대전(宋子大全)의 한 부분으로, “그 손가락 밑에서 표현한 것으로도 능히 혼연히 자연을 이뤄 사람의 힘을 빌려 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사임당을 격찬하는 내용이다.
묵란도가 일반 관람객들에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2005년 KBS ‘TV쇼 진품명품’에 출품된 것을 눈 여겨 본 안병광 서울미술관 회장이 2년 간 공을 들인 끝에 감정가(1억3,500만원)의 약 두 배 가격에 구입했다. 6월 1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선 사임당의 초충도(草蟲圖) 14점도 볼 수 있다.
초충도 14점 중 10점은 짙은 남색 물을 들인 감지 위에 그려진 것으로 같은 화첩에 수록돼 있다. 꽈리와 맨드라미, 구절초, 가지, 오이, 패랭이꽃 등 여러 식물이 꽃을 피운 모습과 잠자리, 나비, 쥐, 쇠똥구리 등 동물과 곤충이 함께 그려져 있다. 서울미술관은 당초 40점 이상으로 전시를 여는 방법도 모색했으나 진위 논란을 우려해 검증된 작품들로만 이번 전시회를 꾸렸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