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보험료 개념 도입… 소득 부과 기준 높여 3년 주기 3단계 개편
보건복지부가 23일 발표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1단계 개편이 시작되는 내년 하반기부터 583만 세대의 건강보험료가 인하되고, 54만 세대의 보험료는 인상된다. 3단계 개편이 적용되는 2024년엔 혜택을 받는 세대가 더 늘어나고 인상ㆍ인하폭도 훨씬 더 커지는 일대 변화가 일어난다. 어떤 가입자의 건보료가 얼마나 인상되고 인하되는지 문답 식으로 살펴봤다.
지역가입자
-‘송파 세 모녀’ 같은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평가소득 개념이 없어진다는데.
“연 소득 500만원 이하(필요경비율 90% 적용 시 총 수입 연 5,000만원)인 가입자는 현재 성ㆍ연령, 재산, 자동차, 소득으로 ‘평가소득’을 추정해 이를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한다. 앞으로는 다른 지역가입자처럼 종합과세소득(사업ㆍ금융ㆍ공적연금 등 소득 합계)을 중심으로 보험료가 부과된다. 소득이 적으니 보험료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최저보험료는 어떻게 적용되나.
“앞으로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이면 일괄적으로 최저보험료를 부과한다. 1단계에선 연 소득 100만원(총 수입 1,000만원) 이하인 가입자들에게 정액의 최저보험료 월 1만3,100원을, 3단계에선 연 소득 336만원 이하 가입자에 월 1만7,120원을 적용한다. 단, 현재 내고 있는 보험료가 최저보험료보다 낮은 가입자는 1ㆍ2단계에선 인상분 전액을 깎아준다. 3단계에선 인상분의 50%를 경감해준다.”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되는 건보료는.
“크게 줄어든다. 1단계 개편에선 재산 보험료에 대해 소득 수준에 따라 최소 500만원, 최대 1,200만원을 공제해준다. 이렇게 되면,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시가 2,400만원 이하) 집을 보유했거나, 전월세 보증금 4,000만원 이하(보증금의 30%가 재산으로 환산) 세대는 재산 보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공제액은 3단계에선 5,000만원으로 확대된다. 또 현재는 연식 15년 미만 모든 자동차에 건보료가 부과됐지만 1단계에선 배기량 1,600cc이하이면서 4,000만원 이하인 자동차는 면제 대상이 된다.”
-건보료가 주로 인하되는 대상은.
“실제 소득은 거의 없는데 전월세보증금이나 자동차가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가 부과됐던 사람들이 혜택을 본다. 가령 월세 50만원 지하 단칸방에 살았던 ‘송파 세모녀’는 현재 기준으로는 월 4만8,000원의 건보료(소득보험료 3만6,000원+재산보험료 1만2,000원)가 부과됐지만 1단계 개편을 거치면 재산보험료는 0원이 되고 소득보험료는 최저보험료(1만3,100원)로 낮아진다.”
-지역가입자 중 건보료가 오르는 사람은.
“1단계 개편에서 연 소득 500만원(총 수입 5,000만원) 초과 가입자 중 소득이나 재산 상위 2%(34만 세대)는 건보료가 현재 월 평균 33만원에서 38만원으로 5만원 정도 오른다. 3단계에선 현행 소득등급표가 없어지고 직장가입자처럼 소득에 일정 보험료율을 곱해 보험료를 산출하는 정률제가 도입된다. 이 경우 소득에 따른 보험료 격차가 한층 더 뚜렷해진다.”
-지역가입자 중 연금생활자의 부담은.
“부담이 커진다. 현재 보험료가 부과되는 종합과세소득 중 국민ㆍ공무원ㆍ군인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소득은 금액의 20%만 종합과세소득에 반영됐다. 하지만 이 반영율을 30%(1단계)~50%(3단계)까지 올린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예컨대, 연금 월 200만원을 받는 사람은 지금까지 이중 40만원만 소득으로 인정됐지만 2024년엔 100만원이 소득으로 인정돼 그만큼 건보료가 오른다.”
피부양자
-소득이 많으면 피부양자 지위 유지가 어려워진다는데.
“그렇다. 현재는 금융소득, 공적연금, 근로ㆍ기타소득 중 어느 하나가 4,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한 피부양자 지위 유지가 가능했다. 극단적으로 각각 4,000만원씩 총 1억2,000만원을 버는 사람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남아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종합과세소득이 연 3,400만원(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을 넘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한다. 소득 기준은 2단계 2,700만원, 3단계 2,000만원으로 갈수록 엄격해진다.”
-재산이 많은 경우는.
“재산이 많아도 피부양자 지위를 잃을 수 있다. 현재는 과표 9억원(시가 18억원 상당) 초과 재산을 보유한 사람만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는데, 앞으로는 과표 5억4,000만원(2ㆍ3단계에선 3억6,000만원) 초과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연 1,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도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3단계에서는 형제ㆍ자매는 원칙적으로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없게 된다.”
-피부양자 중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규모는.
“전체 피부양자 2,049만명 가운데 1단계에선 10만명(7만 세대)이, 3단계에선 59만명(47만 세대)이 지역가입자 전환이 예상된다.”
직장가입자
-직장가입자는 어떤 변화가 있나.
“직장가입자 98%는 부과체계 개편에 따른 보험료 변동이 없다. 직장에서 받는 보수 외에 벌어들이는 수입이 많은 소수의 직장인은 보험료 인상 대상이다. 현재는 보수 외 연간 7,200만원이 넘는 종합과세소득이 있는 가입자(4만 세대)만 보수 외 소득보험료 부과 대상인데, 이 기준이 앞으로는 연 3,400만원(1단계)에서 2,000만원(3단계)까지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또한 공제방식이 새롭게 도입되면서 기존 4만 세대의 보험료 부담도 늘어난다.”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나.
“보수 외 소득보험료를 새롭게 내야 하는 직장가입자는 9만 세대로 월 평균 5만1,000원의 건보료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보수 외 소득보험료가 늘어나는 4만 세대는 현재 월 평균 54만2,000원을 내고 있는데 앞으로 82만5,000원 정도를 내야 한다.”
-사례를 든다면.
“연봉 3,600만원인 직장인이 부모님께 물려받은 빌딩에서 연간 6,000만원의 임대 수입을 올리고 있다면 현재는 회사 동료들과 똑같이 보수 보험료 9만2,000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보수 외 소득보험료 13만3,000원이 추가돼 전체 보험료가 22만5,000원으로 껑충 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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