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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겨냥 블랙리스트 수사, ‘스모킹 건’ 확보만 남았다

입력
2017.01.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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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ㆍ조윤선 영장 내용에는

朴지시 언급 없고 보고 정황만

핵심 인사들 대부분 모르쇠 일관

대통령 개입 확실한 진술이 관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2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왕태석기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2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왕태석기자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 칼날이 박근혜 대통령 면전까지 갔다. 그 성패는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를 지시했거나 보고받았다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찾느냐 여부에서 갈릴 전망이다.

특검은 22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ㆍ관리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로 전날 새벽 구속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소환조사 했다.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조 전 수석을 통해 문체부에 이를 지시했거나, 김 전 실장이 지시 후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특검이 두 사람을 상대로 청구한 영장에는 박 대통령 지시에 대한 언급은 없고,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 관련 보고를 한 정황만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박 대통령과 연관된 핵심인사인 이 두 사람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를 전혀 몰랐으며, 조 전 수석을 통해 문체부에 이를 지시하거나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도 없다”는 주장을 계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수석도 일부 증거가 제시될 때만 “그게 그런 뜻일 수도 있군요”라는 식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특검이 이날까지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을 상대로 대질신문을 하지 못한 배경이다. 이는 박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지시ㆍ보고 의혹과 관련해 특검이 확실한 물증과 증언을 확보하지 못한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 또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한달 뒤 자신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명예훼손 및 피의사실 공표죄로 형사 고소하는 등 특검의 수사방향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뇌물 혐의 소명부족’으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검은 당시 문체부 관계자들로부터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으며, 정무수석실과 비서실을 통해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직접 증거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이 이를 시인하지 않아 증거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박 대통령이 ‘창비’ ‘문학동네’ 등을 좌파 출판사로 언급하며 지원 예산 삭감을 지시했다는 의혹 ▦정호성(4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비서관의 휴대폰 녹음 파일에 박 대통령이 “종북 세력까지 그건 아니거든요. 빨갱이까지 한다는 건 절대 아니니까”라는 언급이 남아 있는 점▦2014년 11월 손경식 CJ그룹 회장 독대 자리에서 “CJ가 좌파 성향을 보인다.CJ가 영화를 잘 만드는데, 방향을 바꾼다면 나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압박했다는 것등 좌파 예술인에 대한 박 대통령 인식과 블랙리스트 개입 정황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결국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대통령이라는 낙인 여부는 특검이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으로부터 대통령 개입과 관련해 확실한 진술을 받아내느냐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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