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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계란 유통기한 30일? 45일? 60일?

입력
2017.01.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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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미국산 수입 계란을 들어 보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미국산 수입 계란을 들어 보고 있다. 연합뉴스

혼자 사는 권모(29ㆍ여)씨는 계란을 살 때 3,4개만 구매한다. 신선도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런 권씨에게 미국산 ‘흰색 계란’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는 “산지가 먼데다 유통기한도 어떻게 되는지 몰라 사 먹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의 영향으로 외국산 계란이 수입되고 있지만 일부 계란의 유통기한이 45일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계란의 유통기한을 30일 안팎으로 법제화해 위생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목소리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항공편으로 수입된 미국산 계란 270만여개가 전날부터 서울과 수도권 매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계란의 유통기한은 수입 업체마다 제각각이었다. 이날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 받은 내용에 따르면 수입 업체 4곳 중 2번째로 많은 양(146만여개)을 수입하는 업체가 신고한 미국산 계란의 유통기한은 45일이었다. 이는 미국 현지의 계란 유통기한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가공란을 수입하는 또 다른 업체의 유통기한은 무려 60일이나 됐다. 나머지 2곳은 30일로 신고했다.

수입업체마다 계란의 유통기한이 서로 다른 것은 현행법상 계란의 유통기한은 제조업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산 계란의 경우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30일 안팎에서 유통기한을 정해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자 안전을 위해 계란의 유통기한을 하루빨리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농가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6월 ‘계란 유통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도 국내산 계란의 위생을 강화하기 위해 ‘유통기한은 산란일로부터 28일을 초과해선 안 된다’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수입산 계란의 경우 운송 과정과 검역ㆍ위생 검사 기간 등을 감안하면 국내 유통기한이 국내산 계란보다 훨씬 짧을 수 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운송에 3~5일, 검역ㆍ위생 검사 등에 최소 8일이 소요되는 미국산 계란의 국내 유통기한은 20일도 안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우려에 한 유통업체는 유통기한을 자체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23일부터 ‘하얀 계란(30입)’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산 계란을 8,490원에 판매하기로 한 롯데마트는 미국 유통기한 기준인 45일 대신 30일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마트는 아예 미국산 계란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국내산 계란부터 유통기한 등 위생 관리 기준을 강화해야 된다고 주문했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자원생산과 교수는 “계란은 여러 축산물 중에서도 신선도가 생명인 제품”이라며 “유통기한뿐 아니라 위생적인 수거, 체계적인 저장 등 전반적인 유통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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