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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먼저 한 달간 육아휴직 하라고 해 놀랐어요”

입력
2017.0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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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사용 1호 최동원 롯데백화점 대리

“회사 눈치 볼 필요 없고 아내 건강 회복도 빨라… 산후조리원 갈 필요도 없어”

육아 휴직 중인 최동원 롯데백화점 대리가 18일 유치원에서 하원하는 딸 소민이를 데려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1일부터 남성 직원들도 아내가 출산하면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롯데그룹 제공
육아 휴직 중인 최동원 롯데백화점 대리가 18일 유치원에서 하원하는 딸 소민이를 데려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1일부터 남성 직원들도 아내가 출산하면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롯데그룹 제공

지난 18일 오후 인천시 검안동 자택에서 만난 최동원(36ㆍ롯데백화점 부평점 대리)씨는 갓 태어난 둘째(아들)를 품에 안아 재우고 있었다. 그는 벌써 3주째 출근하지 않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오후엔 유치원 버스에서 내린 첫째 딸 소민(5)이를 데려와 인형놀이를 하며 놀아줬다. 덕분에 밤새 젖 먹이느라 잠을 설친 아내는 2시간 가량 낮잠을 잘 수 있었다.

5년 전 소민이가 태어났을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시 최씨는 최대 5일 출산휴가를 쓸 수 있었지만 회사 일이 바빠 이틀 만에 출근해야 했고, 한달 여 밤 11시가 넘어서야 귀가했다. 홀로 육아를 떠맡은 아내는 매일 눈물을 흘릴 정도로 힘들어 했다. 아내는 “이번엔 남편이 적극 도와주고 말벗도 해줘 첫째 때보다 몸 회복도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 모든 것이 회사가 육아휴직을 강제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안도했다.

롯데그룹이 대기업으론 처음 남자 직원의 육아 휴직을 의무화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는 1월부터 아내가 출산하면 남자 직원은 무조건 최소 1개월 이상 육아 휴직을 하도록 했다. 회사 눈치 때문에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 휴직을 마음껏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올 들어서만 육아휴직 신청자가 20명으로, 이미 3명은 자녀 출생으로 의무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최씨는 이 제도를 처음으로 사용한 ‘의무 육아 휴직자’ 1호다.

최씨는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며 눈치 볼 일이 사라진 점을 우선으로 꼽았다. 사실 그는 아내가 만삭이 되며 힘들어하자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양가 부모가 도울 수 없는 형편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휴직 한 달 전부터 상사에게 간곡히 요청한 끝에 육아휴직을 허락 받았다.

복직일(지난 2일) 전날 둘째가 태어나 출산 휴가를 사용할 수도 있었으나, 눈치가 보여 바로 회사에 나갔다. “그런데 출근한 뒤 ‘둘째가 태어났다’고 하자 회사가 남자도 육아 휴직제도가 의무화 됐으니 한 달 더 쉬라고 먼저 얘기해 놀랐다.”

경제적 부담도 덜었다. 최씨가 아내 옆에서 도울 수 있어 수백만원이 드는 산후조리원을 굳이 보낼 필요가 없어졌다. 게다가 정부 보조금(최대 100만원)을 포함해 회사가 한 달은 통상임금 수준의 급여를 보전해 준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6 일ㆍ가정 양립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2005년(208명)에 비해 무려 23배 늘어난 4,874명이지만 전체 육아휴직자(8만7,372명)의 5.6%에 불과하다. 반면 롯데그룹은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이 13% 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롯데 관계자는 “1년 평균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남자 직원이 약 180명이지만 올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월 복직 예정인 최씨는 “남성 육아휴직은 상사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동료가 배려해주는 게 필수조건”이라며 “가능한 많은 남성들이 짧게라도 육아휴직을 해봐야 공감대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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