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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코트에 등장한 최순실&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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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코트에 등장한 최순실&도깨비

입력
2017.01.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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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이다영과 황의택이 올스타전에서 커플 댄스를 추는 모습. KOVO 제공
프로배구 이다영과 황의택이 올스타전에서 커플 댄스를 추는 모습. KOVO 제공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들과 프로배구 선수들은 22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올스타전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올스타전은 평소 치열했던 승패를 떠나 그 동안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측면도 있지만 묘한 라이벌 의식도 발동했다. 프로배구와 함께 겨울스포츠를 양분하는 남자농구 올스타전도 같은 날 열렸기 때문이다.

일단 배구 팬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배구 도시' 천안에서 열린 만큼 이번 올스타전은 지난 16일에 티켓 예매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20분 만에 4,533석이 모두 팔렸다. 현장 예매분 500장도 30분 만에 모두 동이 났다. 폭설과 강추위를 무색케 하는 열기였다. 잔칫상이 제대로 차려지자 선수들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다채롭고 기발한 세리머니가 속속 등장했다.

남자부 K스타와 V스타의 경기 도중 황연주(31ㆍ현대건설)가 코트에 들어와 쓰러져 있는 정지석(22ㆍ대한항공)의 몸에서 검을 빼내는 장면을 연출하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5,033명의 관중들은 자지러졌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인기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이라고 한다.

자타공인 ‘댄싱 퀸’이다영(21ㆍ현대건설)도 또 한 번 끼를 발산했다.

그는 여자부 K스타와 V스타 경기 도중 블로킹에 성공한 뒤 요염한 발걸음으로 박미희(54) 흥국생명 감독에게 다가가 엉덩이를 들이대며 춤을 췄다. 박 감독은 경기 전 “난 부끄러우니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막상 제자가 ‘도발’하자 물러서지 않고 섹시 댄스로 맞섰다. 이다영은 잠시 뒤 황택의(21ㆍKB손해보험)와도 커플 댄스를 선보였다.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을 패러디해 큰 웃음을 안긴 김희진(오른쪽). KOVO 제공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을 패러디해 큰 웃음을 안긴 김희진(오른쪽). KOVO 제공

하지만 이날 가장 인상적인 세리머니의 주인공은 바로 김희진(26ㆍ기업은행)이었다. 1세트 종료후 한 남성 팬을 상대로 ‘이상형 월드컵’이 열렸다. 남성 팬이 여자 선수 8명을 두고 자신의 이상형을 추려가는 내용이었다. 준결승에서 외국인 선수 알레나(27ㆍ인삼공사)를 누른 김희진은 이다영과의 결승에서 갑자기 선글라스를 쓴 채 태블릿PC를 옆구리에 끼고 등장했다.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을 패러디 한 것이다. 평소 짧은 단발머리 스타일을 고수해 팬들 사이에서 ‘희진이형’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특유의 멀뚱한 표정으로 완벽하게 최순실로 분장했다. 김희진은 이후에도 김수지(30ㆍ흥국생명) 손에 이끌려 다시 한 번 코트에 등장했는데 이는 구치소로 향하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배구 올스타전의 백미 중 하나는 스파이크 서브 콘테스트다.

시속 123km의 서브를 꽂아 넣어 스파이크 서브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문성민. KOVO 제공
시속 123km의 서브를 꽂아 넣어 스파이크 서브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문성민. KOVO 제공

서브를 넣으면 카메라가 순간 최고 속도를 가려내는데 남자부의 경우 묘한 자존심 싸움이 벌어진다. 이 부문 국내 1인자는 문성민(31ㆍ현대캐피탈). 그는 역대 콘테스트에서 두 차례(2012~13, 2014~15) 우승했고 역대 최고 기록(122km)도 보유하고 있다. 문성민은 이날도 어김없이 결선에 올랐다. 하지만 문성민에 앞서 서재덕(28ㆍ한국전력)이 120km를 기록해 큰 박수를 받았다. 부담스런 표정을 짓던 문성민은 이내 표정을 고쳐 잡고 곧바로 123km의 광속 서브를 꽂아 넣어 코트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리베로면서도 플로터 서브 콘테스트에서 가장 정확한 솜씨를 뽐낸 김해란. KOVO 제공
리베로면서도 플로터 서브 콘테스트에서 가장 정확한 솜씨를 뽐낸 김해란. KOVO 제공

여자부는 처음 만들어진 ‘플로터 서브 컨테스트’가 눈길을 끌었다. 여자 선수들의 정확하고 섬세한 서브를 체크하는 경기다. 30초 동안 서브를 시도해 코트 내 모서리에 배치된 핀을 맞혀 점수가 높은 쪽이 승리한다. 1점 핀이 8개, 3점과 5점 핀이 좌우 끝에 각각 1개씩 배치돼 있다.

결선에서 김해란(33ㆍ인삼공사)이 콘테스트를 지배했다. 한 번에 3개의 핀을 모두 쓰러뜨리는 진기한 장면을 선보이는 등 1점 핀 8개를 차례로 쓰러뜨렸고 3점 핀까지 넘겼다. 5점 핀만 빼고 나머지 9개를 모두 적중시켜 11점을 기록하며 우승했다.

놀라운 건 김해란은 ‘미친 디그’라 불릴 정도로 디그가 뛰어난 국내 최고의 리베로라는 사실이다. 리베로는 경기 때 서브를 넣지 않는다. 김해란은 많은 팬들 앞에서 숨겨진 서브 실력을 깜짝 뽐냈다.

이날 올스타전 MVP는 남자 서재덕, 여자부 알레나였다. 세리머니상은 남자 전광인 정민수(26ㆍ우리카드)의 공동 수상, 여자부 이다영이었다. 이다영은 3시즌 연속 수상이다. 전광인은 “농구 올스타전이 같은 날 열린다고 해서 부담은 됐지만 천안을 찾아주신 팬들이‘배구가 훨씬 재미있다’고 느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활짝 웃었다.

천안=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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