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축구가 1990년 이후 27년 만에 평양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 21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2018 여자 아시안컵 예선 조 추첨에서 북한, 우즈베키스탄, 홍콩, 인도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B조 예선은 모든 경기가 북한 평양에서 치러진다. 한국은 2018년 4월 5일 인도, 7일 북한, 9일 홍콩, 11일 우즈베키스탄과 차례로 맞붙는다.
한국이 북한과 한 조가 된 건 ‘불운’이다.
2018 여자 아시안컵은 직전 대회인 2014년 여자 아시안컵에서 1~3위를 차지한 일본, 호주, 중국 그리고 개최국인 요르단이 본선에 직행한다. 그리고 A~D조 예선에서 각 조 1위를 차지한 4팀이 본선에 오른다. 한국은 북한을 반드시 넘어야 아시안컵으로 갈 수 있다. 북한은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랭킹 10위로 한국(18위)보다 한 수 위다. 한국은 북한과 상대 전적에서도 1승2무14패로 절대 열세다. 아시안컵에서 5위 안에 들어야 2019년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여자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본선을 노리는 한국 여자축구에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경기 장소가 평양이라는 점은 변수다.
한국이 평양에서 경기를 치른 건 1990년 10월 11일 ‘남북 통일축구’가 마지막이었다. 한국은 당시 평양에서는 1-2로 졌지만 바로 뒤 10월 23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두 번째 경기에서는 1-0으로 승리했다. 공교롭게 당시 남자대표팀 멤버였던 윤덕여(56) 감독이 지금 여자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다.
이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과 최종예선에서도 남북은 잇달아 한 조에 속했다. 하지만 북한이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에 난색을 보이는 바람에 평양이 아닌 제3국 중국 상하이에서 경기를 소화했다.
반면, 이번 여자축구는 정상적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경기는 홈앤드어웨이가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 5개국이 평양에서 한꺼번에 경기하는 방식이라 북한이 한국의 국가 연주나 국기 게양만 문제 삼을 명분이 약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북한이 아시안컵 예선 개최지 신청을 할 때는 이런 부분까지 염두에 뒀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윤덕여 감독은 “원하지 않았던 조 편성이다. 북한에게는 홈 이점이 있어 우리에게 쉽지 않겠지만 받아들이고, 더욱 철저한 준비를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평양 방문이다. 그 때는 1-2로 졌지만 이번에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대표팀 에이스 지소연(26ㆍ첼시 레이디스)도 “황당하고 갑갑하다”고 북한과 한 조에 속한 걸 아쉬워하면서도 “아예 승산이 없는 건 아니다. 평양에서 이긴다면 새로운 역사를 쓸 수도 있다고 생각 한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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