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를 연 1세대 아이폰이 세상에 공개된 지 10년. 이제 스마트폰 시장은 초기 급성장 시기를 지나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하드웨어의 차별화는 찾기 힘들어졌다. 앞으로 급격한 변화와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는 소프트웨어 시장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 등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4,540만대로 2015년(14억3,790만대) 대비 성장률이 0.6%로 추정된다. 2010년 전년 대비 성장률 76.4%로 정점을 찍은 뒤 갈수록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반면 양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장터인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작년 매출은 480억달러(약 104조원)로 전년보다 40%나 늘었다. 벤 샤츠터 맥쿼리캐피털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폰의 다음 혁신은 스마트폰 기기 밖에서 일어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개발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정보기술(IT)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신생벤처기업(스타트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자체 개발한 기기를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와 연결, 새로운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스타트업 우양코퍼레이션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에서 온도와 습도, 운동량을 측정하는 감지기(센서)로 주목 받았다. 시중에도 유사 제품은 많지만 이 센서는 사람과 동물이 움직이면 발생하는 진동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별도 배터리 없이 작동하는 게 특이하다. 소가 걷거나 사료를 먹으면서 계속 움직이는 축사에 특화됐다. 축사 환경과 번식 정도 등을 분석하는 기기 자체 기술력도 뛰어나지만 이 결과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해 이용자가 모바일로 수태율 등을 관리하도록 돕는다. 이 센서는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새 일상을 선사할 전망이다. 우양코퍼레이션의 ‘시각장애인용 신발’은 이용자가 스마트폰에 목적지를 설정해 두면 신발에 붙어 있는 진동 센서가 교차점 등에서 왼쪽, 오른쪽 진동을 울려 방향을 알려준다. 김진홍 우양코퍼레이션 대표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일상에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기술”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 빛이 반사되는 시간으로 길이를 재는 스마트줄자, 휴대폰 속 글씨를 포스트잇으로 뽑아 주는 소형 프린터 등 다양한 IT업체들이 모바일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접이식(폴더블) 스마트폰, 증강현실(AR) 기능 등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또 다른 혁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모바일에서 원하는 경험을 충족해 주는 소프트웨어가 혁신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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