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복 차림의 ‘가짜 대통령 박근혜 생가터’ 표지판이 21일 대구 중구 박 대통령 생가터에 세워졌다.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은 이날 12차 시국대회를 연 뒤 박 대통령 생가터 표지석 받침대에 ‘가짜 대통령 표지판’을 세운 뒤 4개의 볼트로 단단히 고정했다.
가짜 대통령 박근혜 생가터 표지판을 세운 곳은 지난해 11월18일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불만을 품은 50대 남성이 술에 취해 붉은색 래커로 칠한 뒤 중구청에 의해 철거당한 자리다. 새로 세운 표지판은 박 대통령이 죄수복을 입고 있는 이미지와 함께 박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 소개 문구, 박 대통령 죄목이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관할 중구청은 이날 오후 11시 가짜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을 철거했다. 표지판 설치 직후 인근 가게 주민들이 구청에 '불법 구조물' 이라며 신고했기 때문이다.
앞서 시민행동은 오후 5시부터 대구 중구 반월당네거리-중앙네거리 사이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차량통행을 전면 통제한 채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 주최로 '12차 시국대회'를 열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퇴진”, “이재용 구속”을 외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주최 측 추산 2,0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오후 5시 자유발언에 이어 오후 6시부터 본행사가 시작됐다. 본행사에는 이영식 시외버스 운전노동자, 한민정 대구토론DAY기획자, 김태훈 하바나익스프레스 부장 디자이너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특히 단원고 2학년 3반 정예진 학생 어머니인 박유신 씨가 무대에 오르자 뜨거운 응원의 박수가 쏟아졌다.
박 씨는 “세월호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며 “촛불이 횃불이 되는 그날까지 촛불을 놓지 않고 예진이 같은 아이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대구시민연대관계자는 “박근혜는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며 또한 대구의 자랑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짜 대통령 표지판을 제작하게 되었다”며 “설치한 표지판이 철거나 훼손당할 수도 있겠지만 현 시국에 대한 강한 반발의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집회에 앞서 오후2시부터 3시간 가량 대구YMCA기념관 4층 백심홀에서는 ‘2017 촛불, 대구시민이 말한다’ 시민토론회가 펼쳐졌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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