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주택경기 호황으로
직장인들까지 갭 투자 열풍
올해 입주 예정 아파트 36만여채
2~4월 물량은 작년보다 35%↑
입주대란 조짐에 역전세난 우려
“전셋값 주춤해 매매차익 어려워
주택 하락기엔 큰 손해 가능성”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성북구 길음뉴타운의 전용면적 84.9㎡ 아파트 전세 매물은 최근 4억6,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작년만 해도 5억원 안팎에 형성됐던 전세가격이 최근 들어 뚝 떨어진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길음동 길음뉴타운 6ㆍ8ㆍ9단지의 지난달 말 기준 전셋값은 한 달 전보다 500만~2,500만원씩 급락했다.
도심권 출퇴근이 편리해 ‘강북 전세1번지’로 불리는 길음뉴타운 전셋값이 최근 들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갭(Gap) 투자’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 탓으로 부동산 중개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아파트 입주물량까지 한꺼번에 쏟아질 예정이어서 최근 수년간 부동산 과열기에 누적됐던 갭 투자가 향후 부동산 시장의 새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갭 투자란 집값과 전셋값 차이가 적은 아파트를 사들여 단기간에 전셋값을 올리며 집값 상승을 유도하는 투자 방식이다. 예를 들어 3억5,000만원짜리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이 3억1,000만원이라면, 4,000만원만 가지고 집을 산 뒤 2년 이후 값이 오르면 되팔아 그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갭 투자는 그간 주로 전세수요가 많고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2014년 하반기부터 저금리와 주택경기 호황이 맞물리면서 직장인들까지 임대사업용 주택을 사들이며 갭 투자 열풍은 한층 뜨거워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개인들이 임대사업용으로 등록한 주택 수는 2014년 35만7,653가구에서 2015년 46만27가구로 1년 사이 28%나 급증했다. 심지어는 갭 투자로 아파트와 빌라 수십 채를 사들인 투자자들의 성공담을 담은 ‘나는 갭 투자로 300채 집주인이 되었다’ 같은 제목의 책이 출간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 여기에 작년 말 정부가 분양시장 규제를 강화한 ‘11ㆍ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분양시장 투자자금이 기존 아파트를 겨냥한 갭 투자로 옮겨가는 현상도 나타났다.
하지만 갭 투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아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 올라야 이익을 낼 수 있다. 집값과 전셋값이 주춤해지면 매매 차익은커녕 원금손실의 위험마저 커진다. 작년 하반기부터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미국발 금리 인상 우려,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전세 거래는 물론, 매매 수요까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미 갭 투자 물량엔 검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주택 경기가 좋을 때 분양한 아파트의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예정이다. 올해 2~4월 전국의 입주 예정 아파트(7만9,068가구)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5%나 증가한 규모다. 국토부는 올해 전체로 34만5,000∼36만2,000가구, 내년에는 42만1,000∼49만5,000가구의 입주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아파트 입주자가 대거 발생하면 그만큼 전세수요가 줄어 ‘역전세난’이 우려되고 이에 따른 집값 하락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갭 투자자들에겐 치명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갭 투자는 주택가격이 오를 때는 큰 수익을 보지만 반대로 가격이 내릴 때는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며 “입주 물량이 쏟아지고 금리마저 오르면 여윳돈이 없는 개인 갭 투자자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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