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장 시절 실적ㆍ리더십 검증… 회추위원 만장일치로 단독 후보 추천
1위 금융그룹 수성, 디지털시대 대응 등 과제 산적
“조 행장이 순리” 막판 사퇴 위성호 카드 사장 차기 은행장 유력
국내 선두 금융그룹인 신한금융지주를 이끌 새 선장에 조용병(60) 현 신한은행장이 19일 내정됐다. 그룹 내 ‘맏형’ 격인 은행의 수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하면서 신한이 파격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 1위 금융그룹 수성, 디지털시대 대응 같은 난제들도 조 내정자가 헤쳐나가야 할 과제다.
신한금융은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본사에서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어 조 행장과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위성호 현 신한카드 사장 등 3명의 후보를 면접한 뒤, 회추위원 만장일치로 조 행장을 최종 회장 후보로 결정했다. 조 내정자는 20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한동우 현 회장에 이은 새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이상경 회추위원장은 이날 회의 후 “조 후보가 그간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장에게 요구되는 통찰력과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춘 인사라 판단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인사, 기획, 글로벌, 리테일 등 은행 주요 보직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을 거친 조 내정자는 평소 소탈한 성격으로 후배들을 잘 챙겨 신한금융 내부에서 ‘엉클 조’로 통한다. 외부 인사를 만날 때는 스스로의 이름을 빗대 “나는 용병 스타일”이라고 소개할 만큼 저돌적인 면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초 그룹의 유력 후계자 그룹은 아니었으나 2015년 초 은행장 연임이 유력시되던 고(故) 서진원 전 행장의 갑작스런 와병 때 한동우 회장의 낙점을 받아 은행장에 오른 뒤,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고 리딩뱅크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특히 전무 시절이던 2010년 당시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행장이 대립했던 ‘신한 사태’에서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 색깔을 유지한 것이, 결국 이후 조직안정을 중시하고 있는 신한에서 행장에 이어 회장까지 승승장구하는 비결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실적과 리더십 측면에선 조 내정자는 이미 검증을 마친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이끌 신한호 역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 속에 금융 영업환경은 갈수록 열악해 지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바람과 인터넷은행의 등장 속에 디지털 시대에도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최근엔 현대증권을 품에 안은 KB금융그룹이 한동안 밀려나 있던 ‘리딩 금융그룹’ 자리 탈환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최근 수년간 수위를 유지해 온 자산규모와 순이익, 계열사간 균형 등 강점을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올해 60세인 조 내정자는 회장 임기를 70세까지로 규정한 내규를 감안하면 최대 9년(3연임시)까지 ‘장기 집권’도 가능하다. 일각에선 장기 집권 와중에 라응찬 전 회장 때처럼 자칫 계파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지만 중립 성향의 조 내정자 스타일 상 기우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조 내정자의 회장 승격으로 차기 신한은행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관행상 신한은행 출신의 신한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1차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 아무래도 조 내정자의 의중이 많이 반영될 거란 관측이 높다.
당장 눈에 띄는 건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다. 위 사장은 이날 면접 과정에서 “조 행장이 회장이 되는 게 순리라 생각한다”며 후보 사퇴의 뜻을 밝혔다. 다분히 회장 대신 차선(은행장)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으로 비친다.
이상경 회추위원장 역시 이날 회의 후 차기 은행장 선임과 관련한 질문에 “행장 선임은 다음달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조 내정자 선임 과정에서 안정적 발전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안정적이란 건 순서대로라는 말이다. 신한에서 회장 다음은 행장, 그 다음은 카드, 생명 순”이라고 답했다. 카드 사장을 지낸 위 후보가 순서대로라면 다음 행장이라는 의미로도 읽히는 발언이다.
이밖에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설영오 신한캐피탈 사장, 이동환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 이신기 신한아이타스 사장, 이원호 신한신용정보 사장, 김형진ㆍ임영진 지주 부사장 등도 차기 은행장 후보군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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