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모(19)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 한 물류센터에서 보름 가량 했던 택배 상ㆍ하차 아르바이트를 생각하면 억울한 생각뿐이다. 당시 하루 업무 시작 시간은 오후 6시. 밀려드는 물량에 계약서에 적힌 시간(오전 6시)을 훌쩍 넘긴 오전 8시30분 무렵에야 겨우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지옥의 아르바이트’라 불릴 만큼 고된 노동에 식사시간도 30분뿐. 하지만 그가 손에 쥔 것은 하루 계약금액인 7만7,000원에 불과했다. 김씨는 “초과 근무로 2시간 30분이나 더 일했지만 초과 수당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5~9월 경기 용인시의 물류센터에서 상ㆍ하차 일을 한 허모(27)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는 “오전 6시30분부터 일을 해도 근로계약서에 시작 시간을 8시로 허위 작성하는가 하면 아예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업체들도 태반”이라며 “초과근무로 매일 2만원 가량 손해를 봤지만 계약서가 부실해 증명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고 말했다.
설날을 1주일여 앞두고 물류센터에 모인 물품을 컨베이어벨트에 싣는 택배 상ㆍ하차 근로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상ㆍ하차 근로자들은 택배 업체들이 하청 업체에 모집을 위탁하면 다시 2차 하청업체에 재위탁하는 구조로 모집된다. 일용직이나 단기 계약직 등 불안한 고용형태에 여러 하청업체들의 불법적인 수익 챙기기 등이 겹치면서 노동 착취가 만연한 상황이다.
19일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9~12월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7개 대형 택배 업체의 물류센터와 하청업체 218곳, 중소 택배 물류센터 32곳 등 총 250곳의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202곳에서 총 558건의 노동관련법(근로기준법, 파견법 등)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5곳 중 4곳 꼴이다.
유형별로는 계약 시간과 임금 등을 적시하는 ‘근로계약서 미작성’이 131건으로 가장 많았다. 연장ㆍ야간 근무 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임금 체불’(117건)이나 인력을 모집하는 2차 하청업체가 현장관리인 없이 물류센터에 인력을 공급하는 등의 ‘불법파견’(44건)도 대거 적발됐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경우도 12건이나 됐다.
고용노동부는 이중 33개 업체를 검찰에 송치하고 28개 업체에는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나머지 141개 업체에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앞으로 대형 택배업체들의 고용구조개선 계획을 제출 받아 이행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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