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리인상으로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저소득층은 생애주기별로 주택비, 생계비, 의료비 때문에 빚에 빠져 고통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이 주로 주택 마련을 위한 빚을 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일 내놓은 ‘저소득층 빈곤환경 실태와 자활지원 연계방안’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층(중위소득 50% 미만)은 다른 계층에 비해 생계비나 의료비 마련 용도로 빚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중위소득 50% 미만을 버는 가정을 보통 저소득층으로 분류하며, 이 비중은 전체 인구의 16% 정도이다.
2014년 기준으로 저소득층 가구의 26.8%는 부채를 갖고 있었다. 부채를 가지고 있는 가구들만 보면 평균 3,897만원의 빚이 있었고, 전체 저소득층의 빚은 평균 1,045만원이었다.
저소득층은 필수불가결한 의식주 비용 및 병원비 마련을 위해 빚을 지고 있었으며, 부채 명목은 나이대별로 차이가 상당했다. 18~34세, 35~44세에는 주택 관련 빚이 각각 58.7%, 47.7%로 전체 빚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고, 45~54세에서는 생계비 관련 빚(38.3%) 부담이 주택 관련 빚(35.1%)을 넘어섰다. 75세 이상 저소득층은 의료비 부담(22.9%)이 전체 빚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18~34세 이하는 대학 등록금 대출 등에 따른 교육비 부채(14.9%) 부담이 큰 점도 눈에 띄었다. 저소득층은 성인이 되는 18세부터 부채의 덫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와 달리 고소득층(중위소득 150%이상)은 주택 마련을 위한 빚이 절반 이상(60.6%)을 차지했고 생계비(10.5%)나 의료비(0.5%) 등의 비중은 적었다. 저소득층일수록 줄이기 어려운 빚을 많이 지고 있다는 의미다.
빚이 있는 저소득층 가정은 연간 소득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3.0%에 달해 고소득층(4.4%)보다 심각했다. 빚의 절대 규모는 고소득층(1억1,968만원)이 저소득층보다 3배 많았지만, 가난할수록 앞으로 금리 인상의 충격이 훨씬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저소득층은 부채의 질도 나빴다. 관련 통계가 있는 2010년 기준으로 저소득층은 은행 등 일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비율이 18.8%에 그쳐 중산층(39.6%)이나 고소득층(44.6%)에 크게 못 미쳤다.
김태완 보사연 연구위원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저소득 청년층에게는 학자금 부채를 과감하게 탕감해주고, 주택 부채가 많은 중년층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등 생애주기별 부채 원인과 특성에 맞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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