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세종시 신도심(행복도시) 5, 6생활권 기능을 맞바꾸려다 세종시와 인근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제동이 걸렸다.
19일 국토부에 따르면 6생활권의 첨단지식기반 기능과 5생활권의 의료ㆍ복지 기능을 맞바꾸는 내용을 담은 ‘행복도시 기본계획 변경안’을 추진 중이다. 2006년 수립한 기본계획은 2030년까지로 예정된 행복도시 개발 방향을 담은 법정 계획이다.
국토부가 기본계획 손질에 나선 것은 국토연구원의 연구 결과 6생활권 내 옛 월산산단 탓에 교통 체증이 예상되는 데다 5생활권과 가까운 세종테크밸리(4생활권) 및 오송바이오폴리스 산단과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토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지난해 12월 이 같은 방침을 발표하고, 관련 지자체 의견 수렴 및 중앙행정기관 간 협의, 행복도시추진위 심의를 거쳐 이달 중 기본계획 변경안을 확정해 고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런 방침은 세종시와 5생활권 인근 연동면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5생활권 인근 연동면 주민들은 국토부의 발표 직후 정부세종청사 행복청 앞 도로에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춘희 세종시장도 6생활권의 첨단지식기반 기능을 유지하면서 국립의료원 유치에 실패한 5생활권의 기능은 재조정하자는 조건부 반대론을 내놨다. 이 시장은 예정지역(행복도시)이 아닌 원도심에 산단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국토부가 산업용지 입주 기업도 결정되지 않고, 폐기물 처리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밀어 부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애초 기본계획에 오송생명과학단지와의 접근성이 높다는 이유로 5생활권에 계획한 기능을 이제 와서 같은 이유로 6생활권에 둔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토부는 5생활권 의료 기능은 존치하되 첨단지식기반 기능도 부여하고, 6생활권은 복지ㆍ여가 기능으로 개발하겠다고 했지만 주민 반응은 싸늘하다.
연동면 한 주민은 “안 그래도 5생활권에 유치하겠다던 국립중앙의료원을 서울에 뺏겨 아쉬운 판에 굴뚝산업을 가져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원안대로 추진하지 않으면 실력 행사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승업 세종시의원은 “균형발전과 권역별 도시 기능 분산이라는 건설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행복청을 조기 폐지하고, 5, 6생활권 개발계획을 세종시가 직접 수립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강경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기본계획 변경안을 보면 월산산단의 폐기물 처리시설을 어떻게 할 것인가, 5생활권에 산단을 두고 공장이 입주하면 폐기물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선 빠져 있고, 논의도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조기 대선에 따른 세종시 행정수도 개헌 논의 등 여러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변경안은 좀더 기다렸다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6생활권의 옛 월산산단은 BRT나 외곽순환도로와 멀어 오송이나 대전 대덕특구와 연계성이 떨어지는 반면, 세종테크밸리(4생활권) 분양 완료 후 추가 분양 최적지는 인접한 5생활권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생활권에 제로에너지 타운 계획 등을 감안할 때 첨단지식 기능은 이 곳에 두는 게 바람직하다”며 “앞으로 시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여러 대안을 마련해 기본계획 변경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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