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5명 희망퇴직 확정… 6년 만에 최대 규모
직원 수도 2만명에서 1만7,000명으로 줄어
불경기 속 영업압박에 ‘3년치 월급’ 위로금 ‘솔깃’… 이직ㆍ육아 등 이유로 젊은직원 대거 신청
KB국민은행이 19일 전 직원의 15%에 달하는 2,795명의 직원을 희망퇴직 시키기로 결정했다. 수익성 악화와 영업환경 급변 속에 최근 은행들이 꾸준히 감원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망의 직장’으로 꼽히는 대형 은행에서 역대급 희망퇴직은 업계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국민은행은 작년 말 희망퇴직을 신청한 2,800여명 중 2,795명을 희망퇴직 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3,244명이 희망퇴직한 후 6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국민은행의 희망퇴직 규모가 다른 은행보다 유난히 커진 건 신청 대상을 대폭 확대한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 동안은 만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대상자 등으로 신청자격을 제한했지만, 이번에는 대상자를 근속년수 10년 이상의 계장ㆍ대리급까지 늘렸다. 실제 이번 희망퇴직자의 80% 이상은 임금피크제와 무관한 55세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 자격이 있는 10년차 이상인 직원 1만3,000여명 가운데 5명 중 1명이 퇴사를 선택한 셈이다.
퇴직금과 별도로 최대 3년(36개월)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지급하는 희망퇴직 조건도 대규모 퇴직 결심에 영향을 끼쳤다. 50대 초반 직원은 5억원 이상 목돈을 챙길 수 있고, 과장급 직원도 평균 2억원 안팎을 손에 쥐어 “목돈으로 이직이나 유학, 사업 등을 준비할 여력이 생긴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전체 희망퇴직자의 절반은 여성 직원이었다.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반적으로 은행 영업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향후 전망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도 희망퇴직자 수를 늘린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 속에 성과평가가 계속 강화되면서 은행 직원들의 처우나 전망이 예전 같지 않다”며 “일찌감치 유학이나 이직 준비에 뛰어드는 젊은 직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한편 KEB하나은행(742명), 농협은행(410명), SC제일은행(66명), 광주은행(102명) 등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도 현재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어 올해도 금융권 감원 한파는 계속될 전망이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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