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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국면’ AI, 설 대이동 등 3대 고비 넘어야 안심

입력
2017.01.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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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연속 AI 의심신고 ‘0’건.. 설·강추위·철새 등이 변수

전문가들 “3대 고비 잘 넘겨야 AI 탈출선언 가능”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인한 가금류 살처분 마릿수가 3,000만 마리를 넘어선 지난 3일 경기 화성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예방 살처분이 진행되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인한 가금류 살처분 마릿수가 3,000만 마리를 넘어선 지난 3일 경기 화성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예방 살처분이 진행되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지난 두 달 간 닭ㆍ오리 3,200여만 마리의 목숨을 앗아간 조류 인플루엔자(AI)의 기세가 최근 소강상태다. 신규 발생 건수가 눈에 띄게 줄면서 큰 불은 잡았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안심은 아직 금물이다. 전문가들은 날씨가 풀리는 봄까지 설, 철새, 추위의 3대 고비를 무사히 넘겨야 비로소 AI 탈출을 선언할 수 있을 걸로 보고 있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사흘 연속 AI 의심신고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매일 1~3가구씩 추가되던 AI 확진판정 농장도 사흘째 없는 상태다. 방역당국이 최근 조심스레 “AI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근거다.

하지만 AI 완전 진화까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코 앞에 닥친 설 연휴(27~30일)를 잘 넘겨야 한다. AI는 주로 사람, 차량 등에 묻은 바이러스를 타고 번지는데, 전국적으로 3,000만명 이상 이동할 걸로 예상되는 명절 기간은 축산 질병 방역의 최대 장애기간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방역당국의 대책은 고작 한국도로공사, 철도공사(코레일) 등과 함께 하는 귀성객 대상 대국민 캠페인 정도다. 하지만 이는 축산농가 및 철새도래지 출입을 삼갈 것을 당부하는 수준이어서 실효성이 크지 않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귀성객과 축산농가의 이동은 큰 위험 요인인데 사실상 통제가 어려워 조금만 방역이 느슨해져도 잦아들던 AI가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람의 힘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철새의 이동도 큰 변수다. 야생조류의 AI 확진 사례는 지난 14일 이후 42건(H5N6 40건, H5N8 2건)으로, 농가와는 반대로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별도로 방역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에는 이번 AI사태의 ‘청정지역’으로 남아있던 제주(제주시 구좌읍 철새도래지)에서마저 야생 조류 분변에서 H5N6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방역당국은 겨울 철새의 북상에 따라 AI가 인근 농가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철새 도래지 인근 도로 소독을 강화하고 야생 조류 출몰 지역 출입을 자제시키는 등 잔뜩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뒤늦게 찾아온 추위는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이다. 기온이 낮아지면 AI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이 길어지고 소독약이 얼어 방역에도 애를 먹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다음주까지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추위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이런 위험요소들을 감안, 정부는 설 연휴 고비를 넘기 전까지는 AI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계속 유지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 AI 종식을 말하기는 이르다”며 “최소한 봄까지는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재창궐을 막으려면 궁극적으로는 방역 인프라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예방적 살처분으로 단기간 AI 발생 건수가 줄었다고 방역에 성공했다 생각하는 건 오판”이라며 “이번 같은 참사 재발을 막으려면 향후 1년 간은 방역인프라 구축에 매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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