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대차잔액 7조4000억 급증
中과 갈등 고조 속 집중 사냥감 돼
공매도 상위 10곳중 절반 中 관련
롯데 거래량 30% 달해 주가 타격
정부 “3월 과열종목 지정 시행”에
“되레 주가하락 부추겨” 지적 나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둘러싼 우리나라와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사드 관련 우리 기업 주식들이 공매도 세력의 집중 사냥감이 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주식 시장에 몰린 공매도 물량만 이미 7조원을 넘어섰고, 특히 공매도 비중이 높은 10개 기업의 절반은 사드와 밀접한 ‘중국 관련주’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지 않아도 사드 직격탄을 맞은 중국 관련 기업들과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 세력의 집중 포화에 이중 고통을 겪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7일까지 ‘대차잔액’은 54조1,213억원으로, 지난해 말(46조6,835억원)보다 무려 7조4,378억원이나 급증했다. 대차잔액이란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으로 통상 공매도 물량과 정비례 관계를 보인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방식이다. 대차잔액이 늘었다는 것은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주식을 빌려 투자한 세력이 그 만큼 많다는 뜻이다. 강송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 말부터 국내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과 경계 심리로 공매도 물량도 급증했다”며 “특히 한중 관계 악화로 중국 사드 관련주의 약세가 이어지다 보니 해당 종목의 급락을 예상한 공매도 세력이 대거 가세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은 최근 공매도 세력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본보가 한국거래소에 의뢰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지난 2~17일 공매도 거래비중이 높았던 10개 기업을 확인한 결과, 5곳이 중국 관련 기업이었다.
이 기간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은 롯데제과로, 올 들어 전체 거래량의 30%에 달하는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직격탄을 받은 NHN엔터테인먼트(23.3%ㆍ게임), SPC삼립(22.41%ㆍ식품), 코스맥스(21.83%ㆍ화장품), 롯데쇼핑(18.81%ㆍ유통) 등도 공매도가 전체 거래량의 20% 안팎을 차지했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한샘(17.2%)과 중국인을 상대로 면세점 사업에 집중하는 호텔신라(16.9%) 등도 마찬가지였다.
먹잇감이 된 기업들은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롯데제과와 SPC삼립은 올 들어 각각 2.2%, 3.8% 하락(18일 종가 기준)했다. 코스피가 같은 기간 2.2% 상승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공매도 주문이 쏟아지면 매도 물량이 수요를 웃돌아 주가 낙폭이 더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공매도 세력은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로 알려졌다. 이중 중국계 투자자 비중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데에 있다. 정부는 개인투자자들이 비정상적 공매도 거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오는 3월부터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공매도 거래가 집중된 기업은 다음 날 하루 공매도 거래를 제한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매도 과열 종목을 지정하면 시장에 잘못된 신호가 전달돼 오히려 주가 하락을 부추겨 공매도 세력이 더 큰 이익을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예상되는 부작용을 모두 고려해 구체적 기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