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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박연차 리스트와 반기문

입력
2017.0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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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2008년 촛불시위가 단초가 됐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발표해 엄청난 저항을 받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과 386세력을 촛불 배후로 간주, 치명적 상처를 주기 위해 벌였다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은 취임 6개월 만에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데 전직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고 봉하마을을 찾는 국민이 넘쳐나자 위기감을 느껴 노무현 손보기 작업에 나섰다는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 그때 “박연차를 잡으면 노무현을 잡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낸 인물이 한상률 국세청장이다. 당시 서울국세청 국장인 안원구는“2008년 7월 한 청장이 부르더니 ‘박연차가 노무현의 자금줄인데 그쪽을 치려면 태광실업 베트남 신발공장의 계좌를 까야 하니 베트남 국세청 사람들을 잘 아는 당신이 협조를 얻어내 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잃어버린 퍼즐’) 한 청장은 세무조사에서 탈세 등 광범위한 자료를 확보하자 이명박에게 직보한 후 박연차를 검찰에 고발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대검 수사팀은 검찰 내에서도 독종으로 소문난 이인규 중수부장과 우병우 수사1과장이었다. 직전 인사에서 중수부에 입성한 이들은 박연차의 입을 열기 위해 전력을 쏟았다.

▦ 박연차가 돈을 건넨 인사들을 정리한 ‘박연차 리스트’는 그 과정에서 나왔다. 국세청이 검찰에 탈세 자료를 넘길 때 거친 상태의 리스트도 함께 제공했다는 얘기도 있다. 검찰에 불려간 박연차는 처음엔 입을 굳게 다물었으나 자녀들까지 문제삼고 나오자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그가 작성해 제출한 명단은 30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중 21명이 기소됐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가 박연차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다. 외교부장관 시절 수십만 달러 수수 의혹에 이어 리스트를 제출한 사람이 당시 박연차의 변호인인 박영수 특별검사라는 보도도 나왔다. 문제의 리스트는 아직 검찰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고소를 통한 검증’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로 그쳤다. 해당 언론사도 원하고 있으니 국민적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반 전 총장이 형사고소를 하는 게 옳다.

이충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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