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보라색 넥타이 차림으로 출석
취재진 질문엔 묵묵부답 일관
특검 사무실서 대기 원했지만
“형평성 문제” 서울구치소로 이동
18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놓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변호인단 간 벌인 치열한 법리 공방으로 뜨거웠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55분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남회색 코트와 보라색 넥타이 차림으로 출석한 이 부회장은 ‘대통령 만나서 최순실씨 지원 약속했나’ ‘최순실 자금을 직접 승인했나’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침통한 표정을 지은 채 답 없이 법원으로 들어갔다. 법원 출석 전 오전 9시15분쯤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들른 이 부회장은 이때도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조의연 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시작됐다. 이때부터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두고 특검과 변호인단 간에 사활을 건 법리 공방이 시작됐다. 특검은 삼성의 출연금을 대가성이 있는 ‘뇌물’로 규정한 반면, 삼성 측은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기부라는 입장이었다.
진용도 화려했다. 특검은 양재식(52ㆍ사법연수원 21기) 특검보 외에 김창진(42ㆍ31기) 박주성(39ㆍ32기) 김영철(44ㆍ33기) 검사 등 직접 수사를 담당한 정예 검사들을 투입했다. 변호인단은 법무법인 태평양 출신의 송우철(55ㆍ연수원 16기) 변호사를 비롯해 문강배(57ㆍ16기) 이정호(51ㆍ28기) 변호사 등 6명이 참여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비롯해 경영권 승계 작업에 박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씨 측에 430억원대 금전 지원을 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변호인단은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일을 거부할 경우 경영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할 수 없이 지원한 ‘강제 기부’였다는 논리로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돈의 성격을 놓고 법리 다툼이 치열한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 종료 후 양측 모두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이 부회장 변호를 맡은 송 변호사는 “뇌물 공여죄에 있어 대가성 여부가 가장 논란이 됐다”며 “저희 변호인단은 충분히 소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 역시 “구속영장 청구 사유 소명은 충분히 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법리 공방이 종료된 오후 2시17분쯤 이 부회장은 피곤한 기색으로 법정을 나와 조용히 법원을 빠져나갔다. 당초 이 부회장은 다시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이동해 법원의 결과를 기다리기를 원했지만 법원은 서울구치소 대기를 명령했다. 특검 사무실은 형사소송법이 정하는 유치 장소가 아닌데다 특검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피의자들이 모두 구치소에 유치된 것에 비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법원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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