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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위안부 비판 여론에 “나쁜 놈들… 페어하냐”

입력
2017.01.1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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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묘지 참배ㆍ 조선대 강연 이어 대구 서문시장 찾아

19일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손명순 여사 예방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박관현 열사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박관현 열사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전국을 돌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과거 자신의 ‘한일 위안부 합의’ 환영 발언을 둘러싼 비판 여론에 “나쁜 놈들”이라고 폄훼하며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심지어 언론에 이와 관련한 질문은 “페어(공정한)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밖에도 공항철도 티켓 발권 미숙 논란 등 자신을 둘러싼 공세에도 억울하다는 듯 “대단한 실수도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18일 대구를 방문한 반 전 총장은 서구 내당동의 한 고깃집에서 대구지구청년회의소(대구JC) 임원 30여명과 이른바 ‘삼겹살 토크’를 하기에 앞서 작심한 듯 기자들에게 불쾌감을 내비쳤다. 특히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자신의 진의를 묻는 질문을 문제 삼았다. 16일부터 민심 청취 행보 중인 반 전 총장은 방문지마다 비판 시위 인파에 시달리기도 했다. 앞서 반 전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신년 전화통화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올바른 용단”,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귀국길 인터뷰에선 “궁극적인 완벽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주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해 말 바꾸기 논란이 일었다.

반 전 총장은 이와 관련해 “위안부 문제에 관해 상당히 불필요한 오해를 많이 하고 계신다”며 “제가 역사적인 과오를 저지른 것처럼 말하는데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였고 어조도 다소 격앙됐다. “앞으로 언론이 물어도 이 문제에 제가 답변하지 않겠다”며 “저를 계속 따라다니면서 위안부 문제를 (질문)하지 마시라”고도 했다.

그는 또 귀국 직후 공항철도 티켓을 끊으면서 만원짜리 2장을 한꺼번에 넣어 논란이 됐던 일 등을 염두에 둔 듯 “억울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들에게 “여러분 파리에 가서 전철 티켓 끊을 때 금방 (잘) 할 수 있느냐”며 “이제 한국에 온 지 6일째인 나에게 왜 그걸 못하냐고 비난하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 페어(fair)하냐”고 물었다.

반 전 총장은 그러면서 “그렇게 잘못된 거, 잘못도 아니다, 약간의 실수, 실수도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대단한 논란이 되는 것처럼 제가 신도, 완벽한 사람도 아니다”라고 거듭 불만을 드러냈다.

청년들과 삼겹살 토크를 끝내고 나오는 길엔 자신의 이도운 대변인에게 “아니 이 사람들이 와서 그것만 물어보니깐 내가 마치 역사의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보이지 않느냐)”이라며 “나쁜 놈들”이라고도 했다. 반 전 총장 측은 “그간 공세에 시달린 반 전 총장이 반격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도 반 전 총장은 국기에 대한 경례를 잘못해 또다시 입길에 올랐다. 대구 방문 전 찾은 광주 조선대에서 강연을 시작하기 전 사회자의 “국기에 대한 경례”라는 구령에 목례를 하다가 뒤늦게 실수인 것을 알아채고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리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조선대 강연에서 반 전 총장은 “’광장의 민심’으로 대표되는 국민의 좌절과 분노는 대통령을 포함한 지도층 인사들이 다 책임져야 한다”며 “특히 더 포용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립 5ㆍ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는 “광주와 호남은 민주주의의 원산”이라며 호남 민심에 적극 구애하기도 했다.

3박 4일 간 지방 순회를 마치고 19일 귀경 예정인 반 전 총장은 같은 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인 손명순 여사를 예방할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반 전 총장 캠프에 대거 합류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지 주목된다. 광주ㆍ여수ㆍ대구=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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