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와 새끼 한 가족 네 마리
암사~고덕~미사서 서식 추정
지난 2일 밤 11시쯤 서울 천호대교 북단 일대 물가에 검은 그림자 4개가 어른거렸다. 어미로 보이는 몸집 큰 녀석(약 1m)의 뒤를 새끼 세 마리가 쪼르르 뒤따랐다. 멸종위기에 처해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수달이었다.
한강유역환경청(한강청)은 어미와 새끼 등 수달 가족 4마리가 서울 한강에서 발견됐다고 18일 밝혔다. 살아있는 수달이 한강 일대에서 발견된 것은 1973년 팔당댐 건설 이후 처음이다. 수달은 과거 한강을 비롯한 전국의 강과 하천에서 흔하게 발견됐다. 하지만 이동을 막는 댐 건설과 둔치 개발 등으로 서식지가 줄면서 한강에서 수달은 사라졌다.
지난해 3월 한강 탄천에서 수달 한 마리를 봤다는 시민 제보가 있은 뒤 한강청은 이듬해부터 팔당댐 하류~하구 92㎞에 걸쳐 수달 생태계를 정밀 조사했다. 총 10대의 무인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됐다. 그 결과 10월 수달 한 마리가 카메라에 담겼다. 한강청은 이 수달과 최근 발견된 어미 수달을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강청은 수달 가족이 암사~고덕~미사에 이르는 수변 습지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곳은 한강청이 평가한 팔당댐 하류구간의 수달 서식지 중 가장 적합한 곳으로 나타났다. 한강 밤섬, 난지공원~행주산성이 그 뒤를 이었다.
귀여운 생김새로 사랑 받는 수달은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제330호)로 지정돼 있다. 개체 수가 점차 감소함에 따라 환경부는 수달을 멸종위기 야생동물 Ⅰ급으로 지정해 보호중이다.
홍정기 한강청장은 “한강에 서식하는 수달 개체 수와 행동 범위 확인 등 추가 정밀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전문가 등과 협력해 수달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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