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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훈이’ 권창훈의 유럽 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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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훈이’ 권창훈의 유럽 도전이 시작됐다

입력
2017.01.1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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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훈의 프랑스 이적 소식을 알리는 수원 삼성 구단 페이스북.
권창훈의 프랑스 이적 소식을 알리는 수원 삼성 구단 페이스북.

“내가 공을 던지면 그 어린 녀석이 기가 막히게 타이밍을 맞춰 정확히 발로 차내더라고요. 그것도 꼭 왼발로.”

권창훈(23) 아버지 권상영(57)씨의 회상이다.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권창훈이 꿈에 그리던 유럽행에 성공했다.

프로축구 K리그 수원 삼성은 권창훈이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1부 리그) 디종 FCO로 이적했다고 18일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 6개월. 수원 유스 출신으로 유럽무대에 진출한 건 권창훈이 처음이다. 한국 선수가 유럽으로 간 건 2014년 12월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황희찬(21) 이후 2년 여 만이다. 권창훈처럼 K리그에서 프랑스 1부 리그로 바로 이적한 이는 2008년 AS모나코 박주영(32ㆍ서울), 2011년 오셰르 정조국(33ㆍ강원)이 있다.

권창훈은 이름보다 ‘빵훈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아버지가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30년 째 제과점을 하며 아들을 뒷바라지 한 사연이 알려지며 붙었다. 수원 유스 팀인 매탄고 시절 왼발 하나로 고교 축구를 평정했던 그는 2013년 수원에 입단했다. 이후 구단 클럽하우스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이 종종 배달되곤 했다. 권창훈이 가장 좋아하는 빵은 야채피자빵이다. 그는 신인 때 선배들이나 구단 관계자들에게 ‘애늙은이’로도 불렸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성숙했기 때문이다. 권창훈이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 권 씨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적이 있다.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 본 아들은 이후 ‘이거 사 달라’ ‘저거 해 달라’라고 조른 적이 없다고 한다.

권창훈 어린 시절. 늘 공을 끼고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 권상영씨 제공
권창훈 어린 시절. 늘 공을 끼고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 권상영씨 제공

권창훈은 이런 굳은 심지를 바탕으로 유럽 진출만 바라보고 훈련에 매진했다.

작년에 한 차례 황희찬의 소속 팀 잘츠부르크가 권창훈을 영입하려 했지만 수원이 쉽게 놔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무산된 적이 있다. 이후 중국과 중동에서 수십 억 원에 꾸준히 러브콜이 왔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유럽만 보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사실 올 겨울 권창훈의 주가는 작년 이맘때보다 조금 떨어졌다.

그는 작년 여름 리우올림픽에서 메달을 따 병역 혜택을 받고 싶어 했다. 대회 기간 2골을 넣었지만 팀은 8강에서 탈락했다. 이후 컨디션 난조와 부상이 겹쳐 후반기에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이렇다 할 제안이 없던 상황에서 디종이 권창훈을 주목했다. 1998년에 창단한 디종은 5부 리그에서 시작해 주로 2부 리그를 전전하던 팀이다. 올 시즌 창단 이후 두 번째로 1부 리그에 진입했지만 현재 16위(승점 20)다. 강등권인 18위 앙제(승점 20)에 골득실 차로 간신히 앞서 있다.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중원의 해결사를 찾던 디종은 권창훈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서 결국 120만 유로(15억 원)의 이적료에 수원과 합의를 봤다. 이는 작년 잘츠부르크가 제안했던 20억 원에 못 미치는 금액. 하지만 수원도 권창훈의 앞길을 터주자는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허락했다. 대신 권창훈이 디종에서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때 발생하는 이적료의 일부는 수원 몫으로 돌아가는 내용이 계약에 포함됐다.

수원 시절 골을 넣고 세리머니 하는 권창훈. 수원 삼성 제공
수원 시절 골을 넣고 세리머니 하는 권창훈. 수원 삼성 제공

원래 권창훈은 이날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오후 2시 비행기를 타고 메디컬테스트를 받기 위해 프랑스로 떠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디종이 한시라도 빨리 합류하길 원해 새벽 비행기로 부랴부랴 출국했다. 구단이 그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권창훈은 “오랫동안 꿈꾸던 유럽 진출이 이뤄져 기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수원에 감사하다”며 “수원 유스 출신 선수로는 처음으로 유럽에 간다는 사명감을 갖고 더 잘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축구 스타 중 빵집 아들로 유명한 이는 월드컵에 세 차례 출전해 11골을 기록한 ‘독일의 전설’ 위르겐 클린스만(53)이다. 그는 슈투트가르트 보트낭의 빵집 아들이었다. 세계 팬들에게 ‘서울의 빵집 아들’로 불릴 날을 고대하는 권창훈의 유럽 도전이 시작됐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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