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 “사업계획도 못 정해”
CEO 간담회에 20곳만 참석
“줘도 패고 안 줘도 패고”
김영배 경총 부회장 토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상반기 채용 확대를 강력히 주문했다.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들 간 뇌물죄 의혹에 대한 수사 범위를 넓히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는 재계에선 “굳이 이 와중에”라며 볼 멘 소리가 나왔다.
이 장관은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30대 그룹 CEO 간담회’에서 “1분기 300인 이상 사업장의 채용계획이 8.8%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등 극심한 취업난이 예상된다”며 “30대 그룹이 앞장서 상반기 채용 계획을 늘려달라”고 주문했다.
이 장관은 이어 “일자리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근로조건 개선 없이는 청년 일자리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원ㆍ하청 업체 간 상생협력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무ㆍ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일ㆍ가정 양립 확대,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등을 위해서도 힘써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에게 특검이 뇌물죄 칼날을 들이밀고 있는데 온통 신경이 쏠려있는 재계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30대 그룹 중 실제 참여사는 20곳에 불과했고, CEO가 참여한 곳은 한화와 두산 2곳 뿐이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특검 수사 등으로 사업계획 등도 확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채용 문제를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우리 기업들이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 때문에 어렵다”며 “(외부에서) 뭘 주면 줬다고 패고 안 주면 안 줬다고 패는 상황에서 참담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