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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따로 회사 따로… 제주도민은 이중언어 꼭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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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따로 회사 따로… 제주도민은 이중언어 꼭 필요해요”

입력
2017.01.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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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봉 제주어연구소장, 한 평생 제주어 지킴이 활약

“노인들 돌아가시면 제주어 소멸 문화 보존 위한 노력 시급”

강영봉 제주어연구소장.
강영봉 제주어연구소장.

제주도민 10명 중 3∼4명은 노인들이 사용하는 진짜배기 제주어를 절반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예 이해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20대 이하에서는 70% 정도 이해를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사람들도 나이가 어릴수록 제주어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진다.

제주어는 지난 2010년 12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소멸 위기 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에 등재됐다. 5단계인 ‘소멸한 언어’의 직전 단계로, 제주어를 사용하는 제주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한평생 제주어 연구에 몰두해 온 강영봉 ㈔제주어연구소장(68·제주대 명예교수)은 18일 “제주어를 지키는 것은 제주의 정신과 문화를 이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게석’이라는 제주어를 대표적인 단어로 소개했다. 제주어사전을 살펴보면 ‘게석’은 물질(바다 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을 구경하다 해녀로부터 조금씩 선물로 받는 해산물이라는 뜻이라고 적혀 있다. 나이가 들어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은 해녀나 초보 해녀들에게 물질을 잘하는 해녀들이 자신이 잡은 전복이나 소라를 나눠 주는 행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강 소장은 “게석이라는 제주어 안에는 예부터 내려오는 나눔과 배려라는 아름다운 제주의 문화가 담겨 있다”며 “결국 이 말이 사라지면 그 속에 있던 제주의 전통문화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네스코가 제주어를 소멸 위기 언어로 지정한 것도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서의 제주어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자, 그만큼 중요한 언어가 소멸할 수 있기 때문에 지켜 달라는 의미의 경고”라고 말했다.

강 소장은 2015년 2월 제주대를 정년퇴임 후 제주어 연구를 이어 가기 위해 지난해 8월 제주어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는 제자들과 함께 제주어 연구의 기초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2014년부터 제주 전역을 돌아다니며 제주사람들의 생활사를 제주어로 채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어 구술 채록 보고서’ 24권을 발간했고, 올해도 추가로 12권을 발간할 예정이다.

그는 “제주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1950년대 이전 출생한 노인들이 돌아가시면 제주어가 소멸 위기를 맞을 수 있어 제주어 채록작업은 한시가 급한 일”이라고 밝혔다.

강 소장은 또 제주어 보존을 위해서는 제주어를 생활언어로 사용하는 이중언어 생활과 제주어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언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표준어를 쓰고, 사적인 자리나 가정생활에서는 제주어를 사용하는 이중언어 생활이 정착되면 제주어도 사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어를 사용하는 자녀들에게 부모들이 표준어를 쓰라고 강요하는 것은 언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언어권에 대한 이해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제주어 보존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강 소장은 “제주어는 함께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우리말”이라며 “제주어를 지키는 것은 제주사람들이 의무이자, 권리”라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김영헌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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