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 낮은 배터리, 걸음마 수준의 충전기로 ‘고전’
승차감 좋고 잔고장 없으며 친환경이 ‘장점’
인프라 구축 속도에 따라 속빈 강정될 우려
전기자동차 미래도시 대구를 점검하다
<상> 전기택시 1년 몰아보니
<중> 대구시 충전기 성적표는 ‘0’
<하> 대구 전기차 어떻게 할 것인가
‘전기자동차 선도도시 대구’를 향한 야심찬 프로젝트는 1년 전 전기택시가 시동을 걸면서 본격화했다. 지난해 250대, 올해 2,000대, 2020년에는 5만대의 전기차가 대구를 누비고, 이를 산업화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전기택시 운행 1주년을 맞아 대구의 전기자동차 실태를 점검한다.
대구 달서구 법인택시회사의 전기택시 기사 이강희(56)씨는 차량 시동을 걸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 대구시가 전기택시 도입 당시 1회 충전에 120㎞를 운행할 수 있다고 했으나 실제 도로에 나가면 절반 정도인 60㎞ 운전하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들어 배터리 효율도 최악이다. 전기차의 경우 히터와 에어컨, 단말기 모두 전기로 작동되기 때문에 운행 때마다 계기판의 배터리 상태를 살펴야 한다. 여기다 충전은 하루 2, 3회 자신의 택시회사에서 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씨는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짧고 충전기 인프라도 초보 단계여서 달서구에서는 경산까지 가는 손님도 태울 수 없다”며 “친환경이라는 장점을 빼면 영업용으로는 낙제점”이라고 말했다.
대구시가 전기자동차 선도도시 조성을 외치며 1년 전에 도입한 전기택시가 효율 낮은 배터리와 걸음마 수준인 충전기 보급 상황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1월20일 대구지역 법인택시회사에 전기택시 50대를 보급하면서 1회 충전으로 120㎞를 운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택시 내 모든 장비가 배터리 전기를 소모하면서 1회 충전 시 최대 운행거리는 80㎞, 안심하고 운행할 수 있는 거리는 평균 60㎞ 안팎이다.
전기택시 기사 전병달(58∙대구 북구)씨는 “최근 강추위가 닥쳤을 때는 배터리를 100% 충전해도 50㎞를 달리기 버거웠다”며 “전기택시 효율이 떨어지다보니 경력을 쌓기 위해 일하는 기사들이 운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전기택시들이 당초 방침과 달리 다른 택시회사 충전기를 이용할 수 없는 시스템이어서 배터리 상태가 20∼30%만 남게 되면 자신의 회사로 돌아와 충전해야 하는 비효율이 되풀이되고 있다.
한 전기택시 기사는 “택시는 하루 평균 200km 이상을 운행하는데 전기 택시는 놀이공원용 범퍼카로 영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도로에서 배터리가 방전될 경우 일반 차량과는 달리 리프트로 들어 올려 탁송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전기택시는 승차감이 좋고 잔고장이 없는데다 친환경이어서 인프라만 갖춰지면 미래형 자동차로는 적합하다고 입을 모았다. 택시회사 관계자는 “대구시가 친환경 전기택시를 지원하고 있어 큰 부담은 없지만 배터리와 충전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대구시가 인프라를 빨리 구축하지 않으면 대당 3,000만원, 총 15억원을 투자한 전기택시 프로젝트가 속빈 강정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년에 1회 충전으로 250㎞ 운행 가능한 배터리가 출시되면 교체할 계획”이라며 “장거리 운행에 차질이 없도록 달성과 현풍, 팔공산, 경산 등 대구 외곽에도 충전기를 골고루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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