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인류에게 축복인가 위협인가. 인간은 AI와 경쟁해야 하는가. 지난해 AI와 로봇으로 인해 2020년까지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으로 충격을 줬던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이 올해는 좀더 섬뜩한 경고를 했다. WEF가 연례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AI와 로봇기술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위험이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특히 군사용 로봇 개발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AI의 ‘초지능(super intelligence)’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한근우의 책 ‘일렉트릭 빅뱅’에 따르면 ‘약한 AI’와 ‘강한 AI’가 있다. 딥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바둑경기에서 이세돌 9단과 중국의 커제를 잇달아 제압한 AI 로봇 알파고는 ‘약한 AI’에 속한다. 이 정도만으로도 인간을 가볍게 제칠 수 있고, 다보스포럼이 우려한 일자리도 이 ‘약한 AI’에 점령당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인 ‘강한 AI’는 인간처럼 감정, 자아, 창의성 등을 갖추고, 인간 명령과는 별개로 스스로 진화한다. 지능의 무한화가 가능한 초인공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ㆍASI)의 출현이다.
▦ 미래학자들은 ASI 출현 시점을 2045년 전후로 본다. 이에 대해 테슬라 모터스의 CEO 일론 머스크는 ‘악마의 소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인류의 종말’로 경고한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도 “인간의 지적 능력을 한 번 뛰어넘으면 다시 역전할 수 없을 것”이라 했다. 과학저술가 케빈 켈리는 책 ‘인에비터블’에서 “제1의 자동화 물결이 육체노동을 대체한 반면 AI에 의한 제2의 자동화 물결은 지식노동을 대체한다”며 “금세기가 저물기 전 현재 직업 70%는 자동화로 대체될 것”이라 했다.
▦ 유럽연합 의회가 지난주 말 AI 등 다양한 형태의 로봇에 ‘킬 스위치(kill switch)’를 장착하자는 로봇시민법결의안을 채택했다. 인간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을 상정, 설계 단계부터 긴급사태 때 인간이 작동을 멈출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AI 로봇의 지위를 ‘전자 인간(electronic persons)’으로 정하자고 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법인(法人)처럼 전인(電人)이 자연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획득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인가. 로봇이 인간을 닮아가는 것이 좋은 징조는 아닌 듯하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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