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축제로 떠들썩한 강원도 화천에 소리 나지 않는 종이 있다. 크기는 여느 종처럼 웅장하지만 소리를 내는 당목이 없어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나무로 만들어진 종이다.
2009년‘세계 평화의 종 공원’을 조성하면서 제작된 이 ‘염원의 종’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무로 만들어져 침묵으로 분단의 아픔을 알리고 있다. 염원의 종을 보려면 화천읍에서 해산령 고개를 넘어 아흔아홉 굽이를 돌고 돌아야 한다.
북한의 수공에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평화의 댐’ 증설공사로 공원이 폐쇄되면서 지금은 이곳을 찾는 이가 없지만 그래도 건너편 산봉우리에서는 매일 새로운 여명이 밝아온다.
평화의 댐 옆에서 소리 없이 겨울 삭풍에 흔들리는 염원의 종이 백척간두에 서 있는 우리의 현실을 은유하고 있다. 분단의 침묵을 깨고 맑은 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날은 언제 쯤일까.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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