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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대선 그만 둘 생각 없나요?" 질문에 반기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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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대선 그만 둘 생각 없나요?" 질문에 반기문은…

입력
2017.01.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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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저녁 경남 김해의 한 치킨집에서 기자들과 '치맥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해=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저녁 경남 김해의 한 치킨집에서 기자들과 '치맥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해=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이제 와서 그만두라고요? 하하”

‘치맥’(치킨에 맥주)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도발적인 질문이 나왔다. “차기 대선에서 중도에 포기할 생각이 혹시 있느냐”는 물음이다. 16일 저녁 경남 김해시 부원동의 한 동네 치킨집에서다. 반 전 총장은 ‘씨익’ 하는 웃음으로 답을 갈음했다. 마치 ‘이미 나는 대선레이스에 뛰어들었고 전혀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날 ‘치맥 간담회’는 3박 4일간의 그의 민심 청취 행보를 동행 취재하는 기자 20여명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가 응할지는 미지수였다. 반신반의를 뒤로 하고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9시, 밝은 표정으로 치킨집에 들어섰다. 그를 알아본 주민들이 술렁였다.

46년 간 외교관으로 지냈으니 애매모호한 ‘중간자 화법’, 요리조리 난감한 질문을 잘 빠져나간다고 해서 붙은 ‘기름장어 화법’을 예상했지만, 그의 입에선 의외로 돌직구 직설이 튀어나왔다. 기자들에게 ‘소맥’(소주에 맥주)을 말아주며 소탈한 동네 아저씨 같은 수다도 늘어놨다. ‘인간 반기문’의 면모를 작심하고 드러내자는 심산으로 느껴졌다.

만 73세인 그는 지난 12일 귀국해 쉼 없이 대외 행보를 하다 이번엔 영호남에 충청까지 도는 3박 4일의 강행군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피곤한 기색이 없어 보였다. 되레 “유엔 사무총장으로 세계 각국을 돌다 보니 나는 시차가 없는 사람”이라며 “시차 적응 때문에 힘들었다면 벌써 죽었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요즘에도 밤 12시에 잠 들어 새벽 4, 5시면 일어난다”며 체력을 과시했다.

무소속 주자로 대선판에 뛰어든 설움도 늘어놨다. “지금 당이 없어서 손으로 땅을 긁는 심정”이라며 “이전에는 임플로이(고용 당하는 입장)였기 때문에 정부에서 차나 사무실을 다 지원해줬는데 이제는 차도 두 대나 내 돈으로 사고 운전수도 2명 고용하고 비서도 고용하고 사무실도 내 돈으로 43평, 32평 짜리를 두 곳이나 얻었다”는 것이다.

그의 얘기 속에선 강한 권력 의지가 읽혔다. 앞서 같은 날 부산의 자갈치 시장을 방문했을 때 일화를 소개하는 대목에서다. “상인 중 하나가 여기 자갈치시장에서 밥을 먹고 간 사람은 (대통령이)다 됐고 안 먹고 간 사람은 안됐다고 하더라고요. 와서 밥을 안 먹고 간 게 (세번 대선에 낙선한) 이회창 전 총재였답니다.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다 와서 밥까지 먹었대요. 나는 자갈치시장에서 밥을 먹었으니까 (대통령에 당선) 될 거라는 말씀들을 주셨어요.(웃음)”

귀국 이후 그의 행보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도 입을 열었다. “목이 말라 들렀다”는 편의점에서 외국산 생수인 ‘에비앙’을 먼저 골랐던 것도 그 중 하나다. 이에 반 전 총장은 “진열대 문을 열자마자 눈 앞에 에비앙이 있어 집었을 뿐”이라며 “이후에 국산 생수를 찾았다”고 해명했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을 예상한 치맥 간담회는 75분간 이어졌다. 술값은 기자들과 반 전 총장이 품앗이로 돈을 내 해결했다. 반 전 총장은 ‘김영란법’ 설명을 듣곤 막판에 호주머니를 뒤져 꼬깃꼬깃한 5,000원짜리 한 장과 1,000원짜리 4장을 주섬주섬 꺼내어 냈다. 그에게 다가오는 주민들과 ‘셀카’도 여러 장 찍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대선 도전이 운명인가보다”라고 했다. 그러나 대선 도전이 자신이 아닌 ‘대한민국의 운명’이 되려면, 앞으로 제시할 청사진이 관건이다. 청년들과 김치찌개 회동을 하며 “청년들의 길잡이가 되겠다”고 밝히고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찾아 “(조선업과 관련된)정부의 정책실패와 적폐를 전부 손봐야 한다”고 말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이제는 ‘어떻게’바꿀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대한민국은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 낡은 체제 청산이 큰 화두로 떠올랐다. 그는 “가는 곳마다 주민들이 저를 반겨주셔서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그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줄 차례다. 김해=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오후 부산 중구 국제시장을 방문,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오후 부산 중구 국제시장을 방문,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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