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한파를 맞은 ‘사임당’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우여곡절 끝에 26일 첫 전파를 타는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사임당')의 윤상호 PD와 박은령 작가가 17일 서울 목동 SBS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국 방송 시기 등 드라마를 둘러싼 여러 궁금증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사임당'은 유학자 율곡 이이를 키워낸 조선시대판 '워킹맘' 신사임당의 삶을 그린 퓨전 사극이다. 배우 이영애가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복귀하는 작품으로 현대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중 합작으로 1년여간 사전제작돼 지난해 5월 촬영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10월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 방영될 예정이었으나 올해 1월 국내 방영으로 편성을 변경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 이른바 '한한령'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사전 제작된 드라마가 중국발 된서리를 맞게 된 셈이다.
윤 PD는 "아직 중국의 심의가 나지 않았다"며 "사전제작 방식과 편성 변경을 두고 국내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기획 단계부터 국내 시청자가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권 시청자도 고려해 제작한 만큼 중국의 심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은령 작가가 '사임당'을 처음 구상한 건 3년 전으로 시놉시스는 2014년 7월 나왔다. '타임슬립 소재는 이제 진부하다'는 얘기에 박 작가가 이날 서운함을 토로한 이유다. 그는 "타임슬립 소재의 다른 드라마가 흥행하는 걸 보면서 '내가 먼저 활용했다'는 생각에 애가 타긴 탔다"며 "굉장히 '리버럴'한 장면이 많아 예정대로 방영했으면 블랙리스트 1번으로 올라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대장금’(2004) 이후 1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이영애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남다르다. 박 작가는 이영애와 함께 작품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영애는 다작 배우도 아니고 한 작품에 출연한 이후 오랫동안 휴식기를 갖는데 사극 이미지로만 비춰지는 게 아깝다"며 "이영애에게 작품을 설명할 때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내용을 두고 '짬짜면'이라고 표현했더니 크게 웃더라"고 밝혔다. 이영애는 자신의 강점인 사극 연기와 현대적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출연 제안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슬립을 활용해 공상과학(SF)물 인상을 주지만, 정숙한 현모양처 사임당의 이미지가 강해 '가르치는 드라마'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윤 PD는 "고고한 사임당(의 면모)을 풀었다기 보다 인간적인 조선시대 옆집 아줌마 사임당을 풀어냈다"며 "소박하고 솔직한 감성을 가진 사임당의 새로운 이미지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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