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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朴 퇴임 후 대비해 재단 설립’ 단서 포착 초강수

입력
2017.01.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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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어 출석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어 출석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朴-李, 미르재단 설립 3개월 전

삼성 합병ㆍ재단 지원 논의 확인

朴ㆍ최순실 이익 공유 입증 자료도

‘강제모금’ 검찰 결론 뒤집어

정경유착 고리 끊겠다 의지

朴대통령에 적용할 혐의 주목

지난달 21일 수사 착수 이후 쉴 틈 없이 ‘강공 드라이브’를 펼쳐 온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의 선택은 이번에도 ‘초강수’였다. 재계 1위 그룹 총수인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6일 구속영장 청구도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그보다 더 의미심장한 대목은 삼성이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마저 ‘뇌물’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앞서 수사를 진행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결론을 뒤집는 것으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정경유착’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수사선상에 오른 삼성의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지원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204억원 ▦최씨 소유 독일 법인(코레스포츠)과의 계약 213억원 ▦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2,800만원 등 세 가지였다. 당초 법조계에선 미르ㆍK스포츠재단 부분을 뺀 나머지 2건을 특검이 뇌물로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검찰은 두 재단이 대기업 53곳에서 거액을 끌어 모은 것을 ‘강제모금’이라고 판단했고,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에겐 직권남용과 강요죄를 적용했다. 기업들은 ‘피해자’라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삼성의 또 다른 금전적 지원을 포착, 대통령과 최씨 등의 제3자 뇌물수수죄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이어갔고, 바통을 넘겨받은 특검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최근 수사과정에서 기류가 변했다. 특검팀은 두 재단이 박 대통령 퇴임 후를 대비해 설립됐다고 볼 만한 단서를 잡았다. 재단의 실질적 주인 노릇을 한 최씨가 박 대통령과 사실상 ‘경제공동체’ 관계를 맺어온 흔적도 파악했다. 미르재단 설립(2015년 10월 27일)을 3개월 앞둔 시점에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당시 삼성의 최대 현안이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과 ‘재단 지원’ 문제를 논의한 사실도 확인했다. 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순수 기부금’이나 ‘강제성 기부’로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특검 관계자는 “대통령과 최씨 사이의 이익 공유관계는 관련 자료들을 통해 상당 부분 입증됐다”며 “두 사람의 공모관계에 대한 객관적 물증도 충분히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박 대통령이 2015년 6월 안 전 수석 등에게 “삼성 합병이 성사되도록 잘 챙겨보라”고 지시, 문형표(61)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이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에 “합병 건에 찬성표를 던지라”고 외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 전 장관은 이날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러한 ‘검은 거래’의 한 축이 대통령이라면, 그 맞은편의 꼭대기엔 이 부회장이 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이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1:0.35)로 인해 제일모직 주식을 많이 보유한 삼성그룹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쪽에 절대 유리한 합병이었다는 뜻이다. 특검팀 관계자도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부분에 관해서 삼성 측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건넨 433억원과 관련, 이 부회장의 죄명은 ‘뇌물공여’ 한 가지지만, 특검이 조사를 미루고 있는 박 대통령의 구체적 혐의가 무엇일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검팀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 최씨 딸 정유라(21)씨 등의 승마훈련 지원 명목으로 코레스포츠와 맺은 213억원대 계약(실제 집행은 80억여원)과 관련해선 ‘단순 수뢰죄’를 적용키로 했다. 반면, 최씨 조카인 장시호(38ㆍ구속기소)씨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된 16억 2,800만원은 ‘제3자 뇌물’로 본다. 특검팀 관계자는 “재단 설립 이전에 자금 지원(약속)이 이뤄졌다면 일반 뇌물, 이후일 경우엔 제3자 뇌물”이라고 설명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은 설립에 앞서 출연금 약정이 이뤄졌고, 코레스포츠는 삼성과의 계약(2015년 8월 26일) 한 달 전에 ‘마인츠959’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뒤 계약 하루 전에 사명을 바꾸면서 ‘스포츠 컨설팅’을 업종에 추가했다. 삼성의 돈을 받으려 급조한 ‘유령 회사’라는 것이다. 이와 달리,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는 설립(2015년 7월) 3개월 후부터 삼성의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 결국 금품이 ‘꽂힌’ 단체의 실체 유무가 기준이 됐다는 뜻이다.

다만 지원금 성격에 대해 삼성 측이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것”이라는 방어 논리를 펴는 상황에서 금품수수자(박 대통령) 조사도 없이 ‘뇌물’로 단정한 것은 성급한 게 아니냐는 재계의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다른 자료들을 통해 의견을 밝혔고, 최씨도 검찰에서 조사가 이뤄졌다”며 “뇌물공여자를 먼저 사법처리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박영수 특검팀 이규철 대변인이 16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청구 및 수사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박영수 특검팀 이규철 대변인이 16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청구 및 수사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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