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들에 물었더니… “투자 1순위는 주식. 그 중에서도 펀드”
올해 글로벌 자산 시장에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과 금리인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졌던 지난해까진 채권 같은 안전자산이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부턴 전반적인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 속에서도 금리변동과 트럼프발 불확실성까지 대비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됐다. 새해를 맞아 경기 사이클과 상관없이 늘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대표적인 3대 투자자산(주식, 달러화, 금)의 올해 전망을 16일 주요 시중은행(신한ㆍ국민ㆍKEB하나ㆍ우리은행) 재테크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전문가들은 3대 자산 가운데 주식, 그 중에서도 펀드 형태의 투자를 1순위로 추천했다.
주식: 직접 투자보단 ETF 등 간접투자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 4명은 모두 올해 최고 유망 재테크 아이템으로 주식을 꼽았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최근 많이 오른 증시가 당분간 조정 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올해 미국과 국내 주식시장은 점진적인 우상향 흐름을 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인 투자자라면 직접 종목 투자보다는 유망 업종 관련 펀드나 ETF(상장지수펀드) 투자가 낫다는 게 이들의 공통 추천이다. 특히 수익률 측면에선 국내 증시가 해외보다 나을 거란 권유가 적지 않았다. 작년 국내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주가는 저평가 상태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고재필 하나은행 강남PB센터지점 팀장은 “한국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BR)은 10.5배로 선진국 주요 기업보다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며 “특히 올해 수출 제조업체들은 달러 강세(원화 약세)에 힘입어 실적이 뛰면서 주가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만약 올해 국내 수출기업의 선전을 예상한다면 코스피 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나 인덱스 ETF를 담는 게 낫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코스피200 인덱스펀드 수익률은 연 3.75%로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높다.
요즘 한창 뜨거운 미국 주식은 대형 가치주와 성장주 중심의 펀드나 배당주 펀드, 인프라 펀드가 추천을 받았다. 조현수 우리은행 WM자문센터 자산관리컨설팅 팀장은 “최근 유가가 뛰면서 제조업체의 배당주 수익률이 특히 높다”며 “트럼프가 인프라에 1조달러를 투자한다는 공약을 발표한 만큼 인프라펀드도 관심을 둘 만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배당주 펀드들은 눈에 띄는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특히 KB북미생산유전고배당펀드는 연간 수익률이 48%에 달했다.
반면 김영웅 신한은행 PWM목동센터 팀장은 “올 하반기쯤 달러강세 기조가 꺾이면 결국 신흥국 통화 가치도 안정세를 보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나 브라질이 특히 기대되는 지역”이라고 권했다. 브라질ㆍ러시아 펀드는 올 들어 각각 연 4.47%와 1.91%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올해 말까지 한시 판매되는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는 당장 투자계획이 없더라도 일단 만들어 놓는 게 낫다고 전문가들은 권유했다.
달러ㆍ금: 자산 배분 차원으로 접근해야
PB들은 주식과 달리, 달러나 금 투자는 자산배분 차원에서 분할 매수하는 건 괜찮겠지만 올해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영웅 팀장은 “미국으로서도 달러 추가 강세는 달갑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달러가 지금까지처럼 위세를 떨치긴 어려워 보인다”며 “환전 수수료 등을 고려할 때 달러당 환율 1,150원 아래에서 매수하는 건 적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를 점치는 신동일 팀장도 적정 투자의 환율 상한선을 1,150원 아래로 제시했다. 달러에 투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시중은행에서 달러예금 통장을 개설하는 것이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통장에 넣은 뒤 추후 달러 가치가 오르면(원ㆍ달러 환율 상승)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수익을 얻는 방법이다. 달러 예금통장은 보통 은행 창구에서 개설할 수 있지만 요즘은 인터넷이나 모바일로도 만들 수 있다.
금값 역시 지난달 중순 바닥을 찍고 꾸준히 올라 온스당 1,20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 금융기관들은 대체로 올해 금값이 온스당 1,3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윳돈이 많지 않은 일반인이 금 투자를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시중은행에서 골드통장을 개설하는 것이다. 주식을 사듯이 최고 0.01g 단위로 금을 살 수 있고 금값이 오르면 은행에 되팔 수 있다. 대안으로 금 펀드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올 들어 금값이 뛰면서 금 펀드 수익률은 연 4.78% 급등했다. 조현수 팀장은 “최근 금값이 오르긴 했지만 지난해 중순과 비교하면 여전히 금값이 싸다”며 “올 하반기 달러 강세가 꺾이면 실물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 자산의 10% 정도는 금 관련 상품으로 구성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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