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가 16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헌법재판소에 출석했다. 스스로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안다면 자신이 했거나 보고 들은 바를 소상히 밝혀 마땅했지만, 최씨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듯 시종 목소리를 높이고 오만한 모습을 보였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이리 당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최씨가 헌법재판소 5차 변론에서 보인 모습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불리한 질문에는 모른다거나 기억 나지 않는다고 잡아떼고 국회 대리인단을 향해 수시로 노골적 감정을 쏟아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한테 정부 장ᆞ차관 인사자료를 받은 적이 없고, 측근인 차은택씨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추천한 적도 없으며, 미르ᆞK스포츠재단의 운영에 관여한 일도 없다고 부인하더니 세월호 당일 행적과 관련해서는 “어제 일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황당한 대답을 했다. 자신이 청와대에 출입했던 사실을 마지못해 시인해 놓고는 “(대통령) 개인 일을 도우러 갔다”며 “사생활이라 말하기 곤란하다”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서도 “검찰과 특검의 강압 수사 때문에 죽을 지경” “왜 나한테 물어보느냐” “증거가 있느냐” “무슨 대답을 원하시는지 모르겠다” “유도 신문에는 답하지 않는다”며 마치 말싸움이라도 할 듯 감정을 드러냈다. 더욱이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정철학을 분명히 갖고 계셨다” “사심이 없는 분” “정호성 비서관과 메일을 공유한 사실을 박 대통령은 몰랐을 것”이라는 엄호를 잊지 않았다. 특히 “박 대통령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한 적이 있느냐”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질문에 “전혀 없다”고 주장, 박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 불똥이 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모습이었다.
헌재에 증인으로 나왔으면 성실한 답변으로 심판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해야 마땅한데도,이날 최씨의 행태는 그와 한참 거리가 멀었다. 마지못한 출석이어서 불성실 답변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정도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나라를 마구 흔들어 놓고도 조금도 미안한 기색 없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혐의를 무조건 부인한 것은 결국 그가 최소한의 도덕 상식도 갖추지 못했음을 새삼스럽게 확인시켰을 뿐이다. 그에 대한 형사재판이 한결 엄정해져야 할 것은 물론이고, 박 대통령의 위법 행위를 확인하려는 헌재의 판단도 더욱 단호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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