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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할 때까지 먹어라”…가혹행위는 못 잡는 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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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할 때까지 먹어라”…가혹행위는 못 잡는 해병대

입력
2017.01.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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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병에게 게임이라며

이틀새 초콜릿 180개 강요

1주일 식단 다 외우게 하고

샤워장 성추행도 안 사라져

인권위 조사 적나라하게 확인

국가인권위원회가 파악한 해병대 취식강요 사례. 많은 양의 음식을 한꺼번에 먹이거나(왼쪽) 여러 겹으로 쌓아 먹도록 하는 악습이 해병대 내 있었던 것으로 인권위는 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국가인권위원회가 파악한 해병대 취식강요 사례. 많은 양의 음식을 한꺼번에 먹이거나(왼쪽) 여러 겹으로 쌓아 먹도록 하는 악습이 해병대 내 있었던 것으로 인권위는 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해병대 소속 A(21) 일병은 지난해부터 선임으로부터 음식고문을 지속적으로 당했다. 선임이 양쪽 주머니에 초콜릿 바를 각각 7개, 9개를 몰래 넣고는 한쪽 주머니를 고르라고 한 뒤, 걸린 주머니의 과자를 모두 먹으라는 식이다. 선임은 저런 가혹행위를 ‘게임’이라고 포장했지만 A 일병은 몸서리를 쳤다. A 일병에게 가혹행위를 한 B씨도 피해자이긴 마찬가지였다. 선임과의 오목에서 지면 초콜릿을 3, 4개 먹는 방법으로 이틀 간 무려 180개의 초콜릿을 억지로 먹어야 했다. 그의 몸무게는 폭식으로 인해 전입 당시(61㎏)보다 몇 달 새 20㎏가량 불었다.

후임병사를 괴롭히는 해병대의 뿌리깊은 악습이 대물림 되면서 좀체 개선될 기미가 없다. 게임을 빙자해 강제로 폭식을 강요하는 ‘악기바리’(악바리 기질을 발휘하라는 뜻의 군대 은어), 식단 암기 강요 등 희한한 가혹행위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로 드러났다.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해병대 측이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2016년 6월부터 9월까지 발생한 3건의 취식 강요(악기바리) 사건을 진정으로 접수해 전수조사를 한 결과, 악기바리가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헌병대 소속 C(22)씨는 종교행사 등에서 받은 과자를 다수 후임병사에게 겹쳐 주며 한 입에 먹게 하거나 컵라면을 10초 안에 먹으라고 강요했다. 피해자들은 “빵을 1개 주고 다 먹기 전에 또 주고, 삼키려고 하면 또 주는 식으로 먹였다” “빵 3개를 햄버거 모양으로 눌러 한 입에 넣으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초코파이를 토할 때까지 먹였다”거나 “하루에 군 매점(PX)를 4번이나 데려가 음식을 먹였고, 점심 때는 떡을 18개나 먹어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취식 강요 외 다수 가혹행위 정황도 드러났다. 주요 부위를 만지게 하면서 “만질 때마다 병기(총기)번호를 불러라“고 강요하거나, 샤워장에서 주요 부위를 가리키면서 “물총 같이 생겼다”는 등의 성추행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유사성행위를 강요했다는 피해자도 있었다. 1주일 동안의 식단표를 다 외우게 하고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면 기합을 주는 악습도 만연했다. 계급에 따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만들어 강요하는 관행도 있었다. 이등병은 일병이 될 때까지는 낮잠을 잘 수 없고, 혼자 흡연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식이다.

이런 악습은 그간 여러 차례 지적됐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왕따’ 등 보복이 두려워 간부에게 보고하지 못하고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권위가 2011년, 2015년 병영악습개선 권고를 내렸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조직 자체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 해병대사령관에겐 국방연구원 등 외부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조직진단 실시를, 국방부 장관에겐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지속 논의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올해를 ‘인권의식 강화 특단의 해’로 선포하고 병영 악습을 근절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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